살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경험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즐겨보던 드라마에서 좋아하던 캐릭터가 죽어서 너무 슬프기도 했고, 입마개를 안 하고 산책하던 큰 개가 갑자기 훅 얼굴을 들이밀어서 놀라 짜증 나기도 했다. 이런 싫은 경험이 있는 날도 있었지만, 가족과 외식하러 가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서 그걸 흥얼거리며 하루 종일 행복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내가 제일 즐거운 때인 여행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게임이나 영화처럼 약간의 돈과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취미와는 다르게 분명 여행은 다른 취미보다 돈 많이 드는 활동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왜 여행을 가는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히 ‘돈이 아깝지 않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답할 것이다. 자주 갈 수는 없지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한 번씩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취미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여름에 갔던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 군대를 가기 전 겨울에 갔던 일본 온천여행처럼 큼직큼직한 해외여행도 있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내가 인생에서 처음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었다. 친구들과 술집에서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면 재밌겠다’라는 우스갯소리로 나온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바로 비행기표 구매와 여행 계획이 정해졌고, 로켓처럼 추진력이 붙어 일주일 후엔 바로 제주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공항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 여행은 서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출발했다. 뒤에 캠핑세트를 끼고 출발해서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중문해수욕장을 거쳐서 이동했다. 그동안 태풍을 만나 우비가 찢기는 바람을 뚫고 지나갈 때는 정말 괜히 왔나 싶었다. 하지만 태풍이 끝나고 다시 조용한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로 여행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비록 식비를 아끼기 위해 빵과 우유, 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출발할 때 챙긴 캠핑세트로 적당한 곳에서 노숙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나가다 들판에 뜬금없이 말이 있는 것도 보기도 하였고, 지구과학 시간에 책에서 보았던 주상절리를 눈앞에서 볼 때 내가 직접 이런 경치를 보기 위해서 여행을 왔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서귀포를 지나 성산을 지날 즘엔 페달을 많이 밟아 발에 물집도 생기고 넘어지며 생긴 상처에 사진을 찍을 때 이외엔 힘이 없어서 웃을 수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과 힘들 때 나를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는 배려 덕분에 결국 나는 제주도를 한 바퀴 완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공항에서 구글맵에 우리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기능을 통해서 정확히 해안선을 따라 완성된 제주도 전체 모양은 우리의 여행이 보람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쉬움도 많았지만 인생에서 큰 경험을 하나 했다는 만족감이 내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나의 자전거 여행처럼 힘들게 제주도를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내가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바로 마음먹은 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지 못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변명이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돈이 없을 수도, 다른 조건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분명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바로 지금 출발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지금 바로 여행을 가라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꼭 여행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그곳이 국내든 외국이든 값이 비싼 호화 여행이든 값이 싼 여행이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내 마음이 시킬 때 출발한다면 그날은 분명 다른 날보다 훨씬 더 값진 길일(吉日)일 것이다.
현정훈(기계공학부·3)
거의 내 필력에 버금가는 가는구만!
내 동료가 되지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