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4학년을 앞두고 시작된 새해

2020-01-02     박수희 기자

  어느새 졸업 학년이 된다. 4학년이 되기 전 마지막 학기가 끝났고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비슷한 기분이 든다. 이제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이 생겨버렸지만 ‘나도 언젠간 졸업을 하겠네’라는 생각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길게 느껴졌다. 여러모로 의미 깊은 3년이었다. 아마 4학년을 맞이할 학우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곧 4학년이고 금세 졸업할 테지만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친한 선배들은 거의 다 졸업했고 같이 생활하던 교정에서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부럽기도 한 소식도 들려온다. 선배들과 3년제 다니던 친구의 취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쁘지만 마음은 조급해지기도 한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잊으려 종강 후 약 5일간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으로 고등학교 친구 2명과 함께 갔다 왔는데 그 친구들 역시 바쁘게 지내왔다. 한 친구는 졸업 학년이라 취직 준비에 바빴고 다른 친구는 인턴십 준비, 학점 관리에 정신이 없었다. 한참 재미있게 여행을 하다가도 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을 마실 때면 각자 미래를 고민했다. 교실에 앉아서 ‘오늘 급식은 뭘까’라며 시시덕거리던 우리가 어느새 졸업 후를 얘기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분명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한 달에 5만 원씩 차곡차곡 통장에 모으겠지만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우리 셋 다 그 사실을 알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돌아섰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토익, 각종 자격증, 전공 공부, 운전면허증 취득 등 나중에 하자 했던 일들이 이젠 미룰 수 없을 만큼 코앞에 서 있다. 원하는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막막하다. 담임 선생님처럼 교수님이 일일이 방법을 가르쳐주시지 않고 방향만 제시해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남들이 한다는 공부를 같이 시작하는 게 내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정말 성인이라는 게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더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변명도 통하지 않기에 숨이 턱 막혀왔다.

  2020년이 밝았고 어찌 됐든 해야 할 일이라는 건 분명하다. 남들은 이미 겪어왔고 또 겪어갈 그런 평범한 일이다. 지겨웠던 고 3이 결국 지나간 것처럼 ‘이 또한 언젠간 지나가겠지’라며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렇게 부담되던 학보사 편집국장이란 직책도 언제 끝나나 했는데 결국 끝나간다. 지나가면 다 좋게 추억될 그럴 일이다.

  처음으로 방학 계획을 세워보았다. 토익 단어 외우기, 한국사 자격증 취득하기, 운전면허 따기, 전공 공부하기를 두 달간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여전히 책상 앞에 앉기는 싫지만 말이다. 그래도 연초니까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을 이곳에서 드러내 본다. 연말에 후회하지 않게 자랑할 만한 1년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