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모르겠다는 것
“빨리 뭐 먹을지 정해.”,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뭐할 건데?”, “빨리 진로를 정해야지 않겠니?”, “뭐가 제일 좋은지만 빨리 말해.” 사람들은 점심 먹을 때나 영화 볼 때, 심지어 휴일 계획에도 정확하고 빠르게 답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도 떠올려야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나쁘지 않다. 선택의 순간에 우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뉴를 정할 때 모두가 ‘아무거나’라고 답한다면 좋은 해결책은 나올 수 없다. 점심은 먹어야 하니까, 또 점심시간은 짧으니까 우리에게는 빨리 결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빠른 결정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는다. 빨리 결정하면서도 실패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면 새로움을 알기 위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결정에만 신경 쓰며 안전한 선택만을 반복하면 결국 새로움은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점심을 기대하면서도 단골집만 가는 모순을 안고 산다.
만약 매일 가던 그 집이 지겹다면, 어제 먹은 햄버거가 오늘도 최선이라 느껴지면 한 번쯤 ‘모르겠다 선언’을 해보는 게 어떨까? “빨리 뭐 먹을지 정해.”라는 질문에 한 번쯤 “모르겠다.”고 답해보자. 핀잔을 먹을 수 있지만 이 말은 새로움을 원하는 당신에게 도움을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안다고 판단하는 순간 고민을 멈추기 때문이다. 모른다는 고민과 논의를 시작하게 한다. 고민하지 않으면 새로운 답은 나오지 않는다.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제 모름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무신경하게 내린 선택도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점심을 고르는 당신은 지난달 골목에 새로 생긴 식당이 백반집이고 매일 드나들던 단골집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색다른 도전을 해보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을 알면 언제나 선택권이 생긴다. 단조로운 삶이 달라질 기회도 얻는다.
우리는 그동안 모른다는 말에 너무 인색했다. 사회가 “모르겠다.”는 답을 무능력하다고 대했기에 진지한 고민은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이고 컴퓨터와 다른 이유는 ‘맞다’와 ‘아니다’ 2진법 사고가 아닌 ‘모른다’를 인정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컴퓨터는 모를 때 에러가 발생하지만 인간은 몰라도 생각하며 행동하기 때문이다. 모름을 질문하는 게 인간이고 모르기에 질문하는 게 인간이다. 어쩌면 ‘모른다’는 4차 산업혁명에 인간만이 가진 무기일지 모른다. 당신도 내일은 한 번쯤 “모르겠다.” 답해보길 바란다. 삶이 한 걸음 나아갈지 모른다. 정말 모른다.
이강민(사회학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