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거닐다,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
봄이 왔다. 아직 기온이 낮고 사람들은 옷깃을 꽁꽁 싸매지만 봄이 왔다. 앙상하던 나뭇가지들은 꽃봉오리를 피우고 사람들은 곧 열릴 벚꽃 축제에 대비해 계획을 세운다. 아직 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벚꽃 구경에 설레한다. 우리 대학에서 벚꽃 구경을 하려면 방법은 2가지다. 우리 대학 명물인 월영지에서 벚꽃을 구경하거나, 창원 내에서 제일 유명한 진해 군항제로 향해도 된다. 하지만 하나는 너무 익숙하고 하나는 너무 북적이고 멀다. 가까우면서도 한적하고 특별한 벚꽃 거리가 있다면 어떨까? 바로 우리 대학 옆 문화동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문화동에 자리한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를 미리 살펴보자. / 문화부
얼었던 물이 녹으며 하천이 졸졸 흘러내린다. 길 따라 내려오던 물길은 봄날 꽃잎을 바다까지 옮겨 나른다. 한적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 한 장. 곧 문화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풍경이다. 문화동에는 대곡산에서 시작해 마산합포만까지 이어지는 창원천이 거리를 가로지른다. 주민들은 창원천 주위를 둘러싼 데크 로드를 거닐며 봄날을 즐긴다. 진해 여좌천 로망스 다리가 부럽지 않다.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 그 아름다움 속에서 계절은 시작된다.
문화동이 어디인가요?
문화동은 우리 대학에서 5~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매우 가까운 옆 동네이지만 생각보다 존재를 모르는 학우들이 많다. 정확한 주소는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이다. 마산 서해안 쪽 낮은 지대에 위치했다. 서쪽으로 대곡산이 솟았고 동쪽에는 마산만이 흐른다. 그 때문에 서쪽은 경사가 급하고 동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완만해지다 해안가에서는 평지를 이룬다. 이 사이를 가로지르는 창원천은 덕분에 유로가 짧고 경사가 급하며 유량 변동이 심하다. 면적은 1.71km²이고 우리 동네인 월영동과는 남쪽을 접한다. 근처에 학우들이 알만한 곳이 있다면 바로 연세병원이다.
본래 합포현 지역으로서 조선 태종 때 창원부에 편입되었고, 1889년 개항과 함께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그 당시엔 문화동이란 이름이 아닌 본정(本町)이라 불리었다. 그러다 광복 이후 1946년에 문화동으로 개칭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상가 및 유흥가를 아직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러시아 영사관과 일본 영사관이 있기도 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
예부터 창원천 주변은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주민들은 벚꽃 나무 사이의 목재 데크 로드에서 산책을 즐기고 휴식을 보낸다. 이 벚꽃 거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908년 마산 이사청(오늘날 시청)에서 벚꽃을 심으면서 조성되었다. 후에 일본 사람들이 만개한 벚꽃을 보고 사쿠라마치(벚나무 동네)라 이름 붙였을 정도로 무성히 심어졌다.
당시 창원천 벚꽃은 4월 7일경부터 피기 시작하여 10, 11일에 70%가 개화하고 13, 14일 만개 후 17, 18일경에 절정을 이뤘다고 한다. 특히 1930년대에는 이 뛰어난 거리를 보러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과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찾지 않아 조용하고 예전만큼 이 벚꽃을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찾아오기 이르다. 아직 벚나무는 몸부림치며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다. 올해 창원에는 3월 28일부터 벚꽃이 개화한다고 하니 그때 꼭 한 번 찾아오길 바란다. 다음 달에 제7회 창원천 벚꽃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벚꽃 외에도 볼거리는 다양하다. 밤은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인다. 일몰부터 자정까지 어두컴컴하던 거리가 하나둘 밝아진다. 바로 데크 로드에 설치된 조명 때문이다. 바닥등(스탭등)은 연중 계속 일몰부터 자정까지 조명이 이어지며 교량 및 색 조명등은 축제 기간이나 특별한 행사 기간 때 구경이 가능하다. 또한, 속이 트이는 공기를 마시며 데크 로드를 산책하면 힐링도 된다. 도심과 달리 자연을 가득 담았다. 여유롭고도 한적한 곳이다.
추억을 담고 달을 닮다
벚꽃과 조명 외에도 많은 다리가 우리를 반긴다. 추억을 담은 다리가 있는가 하면 월영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달을 닮은 다리 또한 존재한다. 상류 연애 다리부터 하류 제3 산월교까지 순서대로 모두 8개다. 그중 3개를 위에서부터 소개한다.
연애 다리: 창원천 제일 상층부에는 추억이 가득 담긴 연애 다리가 커플들을 반긴다. 1980년대 많은 커플이 찾았던 다리다. 당시에 전등이 없어 어두컴컴한 틈을 타 남녀 연인들이 연애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데크 로드에 조명이 설치되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대신 조명이 설치되어 포토존을 즐길 수 있다. 연애 다리에는 의자 하나가 관광객을 반긴다.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인생샷을 건질 것이다. 밤에 밀회의 재미를 느끼고 낮에는 약속 장소로 많이 이용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청춘남녀 누구나 “연애 다리에서 만나자.”고 말하며 낭만적인 사랑을 즐겼다. 지금까지도 만남의 다리, 연애 다리로 불린다. 남녀 외에도 모두가 추억하는 장소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라 말하면 빨래하는 어머니와 그 밑에서 물장구를 치는 자신을 얘기하기도 한다.
청수교: 월견교 아래에 위치한 청수교는 조형물이 가운데를 바라보며 원을 안았다. 마치 밤하늘을 밝히는 구름 속 보름달을 떠오르게 한다. 안내판을 보면 보름달이 둥근 공처럼 안으로 모이는 형태로 구조물에 높이 변화를 주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의 모습을 입체적이고 리듬감 있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월남교: 상현달과 보름달, 그다음엔 바로 초승달이다. 여태 막대 조형물에 불을 켜 사람들 눈에 달을 떠올리게 한 다리와는 달리 월남교는 달 모양이 직접 그려져 있다. 동그란 원안에 노란 초승달이 하천 위에 떠 있다. 새침하고 가벼운 듯한 초승달의 이미지를 얇은 곡선의 선형을 겹겹이 쌓아 올려 부피감이 있으나 세련된 아름다움이 보이도록 표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림자에 가린 상현달을 닮은 월견교, 마산교, 월영이란 말에 걸맞은 구름 속에 퍼져나가는 달그림자를 표현한 무명교와 전체적인 달의 형태적 변화를 나타낸 산월교와 제일 끝에 위치한 제3 산월교가 그 뒤를 잇는다.
이곳도 잊지 말고 꼭 들려야 해요!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를 다 둘러보았다고 문화동을 다 살펴봤다고 말하면 섭섭한 이야기다. 연애 다리를 바라본 채 월남교 오른쪽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예전 일제강점기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거리와 집 구조도 그렇고 특히 통술 거리는 밤에만 갈 수 있는 즐거움이다.
산책으로 인한 주린 배를 채우고 싶을 땐 통술 거리 위쪽 반월시장으로 향하자. 재래시장이라 예전 추억도 떠올리고 신기한 물품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깡통 골목도 데크 로드와 반송 시장 사이에 위치한다. 조형물과 사진 찍고 유래도 한 번 읽어봄 직하다.
1930년대 진해 못지않게 벚꽃 명소였던 창원 소하천 벚꽃 거리, 그 옛날 명성을 한 번 되살려보자. 아직 잠에 덜 깬 채 흔들리고 있지만, 금세 만개할 것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며 꽃내음을 풍길 벚나무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