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대학보의 학생 기자와 AI 기자

2018-03-25     언론출판원

  2년 전쯤인가,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로봇 저널리즘’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 무렵 이미 우리나라에서 로봇 기자가 야구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그 사이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 로봇 기자가 속속 자리 잡고 기사를 쓰며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쓰촨성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 인근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당시 중국 지진국 소속의 지진대망센터는 지진 발생 24분 만에 중국의 대표 SNS인 ‘위챗’을 통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앙지의 지형, 현지 거주 인구, 과거 지진 발생사 등의 내용이 담긴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 속보보다 내용과 양이 훨씬 풍부하고 상세했다. 그 속보에는 4개의 위치 및 지형도와 도표 1개까지 첨부됐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속보를 작성한 이는 바로 AI 기자였다는 점이다. AI 기자는 주자이거우에 지진이 발생한 지 19분 후 자동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해 불과 25초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속보가 그로부터 5분 후에 발표된 것은 사람이 검토하는 시간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미 AI 기자가 기사를 쓰고 사람이 검토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제6회 한국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 시상식에서 뉴스 서비스 기획 부문의 수상자는 사람 기자가 아닌 연합뉴스의 AI 기자 ‘사커봇’이었다. 연합뉴스가 자체 개발한 이 AI 기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전 경기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경기 결과 기사를 자동 작성하고 있다.

  아직 사람 기자만이 ‘특종’을 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전 세계에 2,500명의 기자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에서 특종을 골라내는 AI 기자가 있다고 한다. AI 기자가 하루에 트위터 메시지는 약 1,200만 건을 분석한다고 한다. 로이터 소속 기자 및 타 언론사, 주요 기업, 영향력 있는 개인 등의 계정에 오른 것들만 선별하여 기사 가치가 검증되면 헤드라인과 요약 기사로 작성돼 로이터를 통해 뉴스로 배포한다.

  세계 언론은 이미 사람 기자 시대는 가고 AI 기자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필자가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활판 편집 시대였다. 원고지에 기사를 쓰면 활판 글자 한 자 한 자를 수작업으로 찾아내 편집을 했다. 마감을 알리던 활판부의 요란한 벨 소리가 기억에 생생하다.

  경남대학보 창간 61주년을 맞아 미래를 상상해 본다. 오래지 않아 학생 기자 대신 AI 기자가 대학보 기자증을 차고 기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상상 같지만 곧 다가올 미래다. 대학 홍보  기사도 AI 직원이 맡을 것이다. 미래 언론에 사람의 자리는 AI 기자가 쓴 기사를 확인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기사는 기자가 발로 쓴다’는 자리에 ‘기사는 AI의 알고리즘이 쓴다’는 말로 대체될 것이다.

  미래의 속도는 지나간 시간보다 100배 1,000배 이상 빠르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경남대학보여, 학생 기자들이 학보를 만드는 이때를 즐겨라. 이 시간 역시 탄환처럼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고 나면 그리워질 것이니!

시인,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