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 혼자 산다
기자는 학보를 발간해야 했기에 여름 방학의 반을 기숙사에서 지냈다. 학보를 발간한 뒤, 더는 마산에 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이대로 본가에 내려가면 2학기에 또 통학해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마산에 할 일이 있어 그냥 여기서 계속 지낼 계획이라고 했지만,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단지 통학이 너무 싫었다.
20살이 되고 나서 작은아버지가 달마다 주시는 용돈으로 한 학기를 생활했다. 그러다 문득 “돈 좀 더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로 쌓여가는 문자 기록을 보니 나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그래서 독립을 결심했다. 이후 기자의 기숙사 생활이 끝나고 급하게 알바를 구했고,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으로 학교 근처 쉐어하우스에 입주했다. 2학기부터 기자는 완전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앞으로 계속 지출될 월세와 생활비 그리고 혹시 모를 비상금 까지 모을 계획을 세웠다. 평일에는 학보사 일이 많았던 탓에 주말 알바만 할 수 있었다. 주말 낮에는 피시방, 오후가 되면 고깃집이었다. 이후 은행에 가서 급여통장과 자유적금, 주택청약을 들었다. 처음에는 모두 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여유를 가질 수는 없어도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항상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야 했다. 또, 고깃집에 사정이 생겨서 피시방에서만 일하게 되었다. 그곳은 알바생이 자주 바뀌는 곳이라 언제 잘릴지 몰라서 늘 불안했다.
생활비도 빠듯한 와중에 핸드폰 요금까지 부담하게 되어 독립에 한계가 왔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개월 동안 일하던 알바도 잘렸다. 일하다 중간에 잘려서 평소 한 달 급여보다 많은 돈이 들어왔다. 원래는 돈을 저축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을 테지만 늘 불안했었기에 한 번쯤은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당분간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냈다. 그렇게 기자의 SNS에도 웃는 모습만 쌓여갔다. 잠깐의 행복한 순간들이 담긴 나의 SNS를 본 친구들은 기자의 상황을 몰랐다. 그러니 멀리 있는 친구들은 연락문제로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동안 SNS에 아무 게시글도 올리지 않았다. 기자의 소소한 행복이 SNS를 통해 증폭되어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평일에도 일할 수 있기에 돈을 많이 저축할 생각이다. 독립을 시작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계산적이게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행복을 잃게 된다. 쓸 때는 쓰고 아낄 땐 아껴야 한다. 기자는 주위에 모든 친구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힘든 시기에 즐겁게 해주고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독립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 하지 않는다. 도움받을 수 있을 때 도움받으며 사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