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기자의 콘텐츠 리뷰]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콘텐츠인가
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는 주인공 트루먼의 일상이 사실 거대한 방송 프로그램이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트루먼은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삶을 살아왔지만, 정작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의 친구와 아내, 이웃까지 모두 배우이며, 그가 살아가는 마을 씨헤이븐은 거대한 세트장이다.
트루먼 쇼가 흥미로운 점은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조명, 엘리베이터 안의 휴게실처럼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상황에 트루먼은 자신이 믿어온 삶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트루먼은 섬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결심을 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었다. 트루먼에게 바깥은 두려운 공간이다. 제작자 크리스토프가 바다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었고, 가족과 친구의 말로 끊임없이 지금의 세계에 붙잡아 뒀다. 트루먼이 결국 세트장의 끝에 도착해 문 앞에 섰을 때, 크리스토프는 “두렵지? 그래서 떠날 수 없지.”라고 말한다. 문을 넘어가면 알지 못했던 현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돌아가면 지금까지의 편안한 삶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루먼은 마지막 말을 남기며 문으로 들어간다.
이 장면을 보며 오늘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하고 공개한다. 식사, 여행, 취미는 물론이고 인간관계와 감정까지 콘텐츠로 만들려고 한다. 누군가의 삶을 구경하는 일 역시 하나의 일상이 됐다. 트루먼 쇼와 현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지금 우리에게 더 복잡한 질문을 남기고 있다.
SNS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습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모습을 선택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조금 더 잘 나온 사진을 게시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공개해 관심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선택의 기준이 됐고, 내가 정말 원해서 한 행동인지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한 행동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삶을 기록하는 일이 어느 순간 연출하는 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트루먼 쇼는 단순히 한 남자가 방송 세트장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내리는 선택은 정말 나의 것일까?’ 다른 사람의 기대와 평가 없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꼭 보여주지 않아도 우린 계속이 질문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화면을 닫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콘텐츠가 된 삶에서도 그 삶의 주인은 누구인지 잊지 않는 것, 그것이 트루먼 쇼가 지금의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