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남들보다 늦게 가는 것 같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목표를 이루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순간이 있다. 특히 진로와 취업을 고민하는 시기에는 다른 사람의 성취가 축하할 일인 동시에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크게 다쳐 1년간 학업을 쉬어야 했다. 이후 체육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체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실기를 앞두고 다시 부상을 입었다. 결국 원했던 진로 대신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다. 전공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교생실습을 거치며 수학교사라는 길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흥미를 느꼈고, 이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울산과학기술원에 진학했다.
목표를 찾았다는 기대와 달리 대학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실험 결과를 얻기 어려웠고, 논문 실적도 좀처럼 쌓이지 않았다. 학업이 늦어진 사이 주변 사람들은 교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사회에 진출했다. 가까운 사람의 취업 소식이 들려올 때면 축하하는 마음 한편으로,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연구 성과가 충분하지 않아 졸업도 늦어졌다.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어렵게 졸업했지만 취업도 쉽지 않았다. 수십 장의 지원서를 작성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이미 멀어져 버린 남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지나온 시간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더 집중했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는 말도 실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시간이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황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으려 애썼고, 연구가 막힐 때도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했다. 수많은 실패 끝에 결국 국방기술진흥연구소(KRIT)에 입사했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지난 실패를 모두 보상받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시기에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늦게 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조급한 자신을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보며 불안해할 수 있지만, 그 비교가 자신의 가능성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이다. 언젠가 각자의 속도로 걸어온 길 위에서 자신만의 결실을 만나게 되기를 응원한다.
박성준(수학교육과 졸업동문,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