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그루터기] 부캉이를 위해서 우리는
부산 북항 친수공원의 인공수로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가 전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느러미가 솟으면 사람들이 걸음을 멈출 정도다. 생명에게 이름을 붙이고 안부를 묻는 마음은 귀하다. 그러나 이름을 얻었다고 야생의 생명이 도시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부산이 보여줄 것은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가도록 돕는 책임이다.
부캉이를 돌려보내려던 지난 물줄기 유도 작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상어의 고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만든 길과 자극이 상어에게 같은 뜻으로 전달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수로에 머문다고 이곳을 좋아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왜 머무는지 살피고 안전하게 떠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가 책임 창구를 하나로 세워야 한다. 해경, 수로 관리기관, 국립수산과학원과 해양동물 전문가가 참여하되 판단은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설명이 다르면 시민은 혼란스럽고 현장은 흔들린다. 누가 건강을 판단하고 이동을 결정하며, 언제 작업을 멈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관찰과 공개도 필요하다. 수온과 용존산소, 수심과 조류, 먹이 활동과 유영 상태를 살펴야 한다. 출구에 이동을 막는 구조물이나 조건이 있는지도 확인하자.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구분해 알리자.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는 방문객 수보다 부캉이의 건강과 귀환 준비 상황이다.
구조 일정은 달력보다 생명의 상태에 맞춰야 한다. 건강이 안정되면 관찰 시간을 확보하고, 악화 징후가 나타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기준을 미리 정하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작업하거나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보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동은 자극을 줄이는 방법부터 검토해야 한다. 관람객과 작업 선박을 줄이고 조석과 수심을 고려해 바다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하자. 그물을 쓴다면 바닥과 가장자리의 틈, 걸림과 얽힘의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유도가 거듭 실패하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전문 구조팀이 포획과 이송의 위험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생존 가능성이 중요하다.
관람객도 해결의 주체다. 먹이를 던지거나 물속에 물건을 넣는 행동을 막고 소음과 야간 조명을 줄여야 한다. 구조 때는 거리를 확보하자. 한 번 더 보는 기쁨을 내려놓는 것이 부캉이를 아끼는 행동이다. 관람 제한의 이유와 시간을 설명하면 부산 시민과 관람객의 응원은 귀환을 돕는 힘이 될 것이다.
수로 밖으로 나갔다고 구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동 상태와 재진입 여부를 살피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다른 해양생물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수로의 구조와 관리 방식도 점검하자. 이번 경험을 다음 생명을 위한 대응 지침으로 남겨야 한다.
부캉이의 인기를 지역의 자산으로 남기고 싶다면 조형물과 기록, 해양생태 교육으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사업에는 바다 보전 방안도 담자. 부산을 빛낼 이야기는 상어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보다 도시가 그 생명을 어떻게 대우했느냐에 있다.
부캉이에게 필요한 것은 돌아갈 수 있는 바다다. 이름을 불러 가까워졌다면 잘 보내줄 수도 있어야 한다. 북항의 환호가 귀환을 축복하는 인사가 되기를 바란다. 그때 부산은 한 생명의 길을 열어준 도시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