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2929] 가족이라 부르고 쓰레기로 버리는 사회
현재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약 30%다. 언론과 미디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사회적 변화를 조명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며 관련 법과 제도가 구체화되고 동물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삶의 가장 마지막 문턱에서 무너지고 만다.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현행법이 보호자에게 제시하는 공식적인 선택지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종량제 쓰레기봉투’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동물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경우라면 의료폐 기물로 분류돼 소각처리 되지만, 집에서 숨을 거둔 경우라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함께 정을 나누며 지내던 존재를 ‘쓰레기’로 취급해야 한다는 사실은 숨을 거둔 반려동물에게도, 이별을 맞이한 보호자에게도 잔인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법에 대한 분노나 감정적인 비판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보호자들이 정식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현실적인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 장묘 시설 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의 대부분 동물장묘업체는 사설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렇기에 거주지 근처에 장례 시설이 없거나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은 보호자들에게는 접근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불법 장례 업체의 난립과 비싼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보호자가 합법적인 이별을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해외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에서는 동물 사체를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보호자의 토지 등에 매장할 수 있으며, 승인된 시설을 통한 화장도 가능하다.
동물성 부산물의 수집·운반·처리 과정에는 위생과 관리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일본 역시 묘지, 매장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동물 화장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시민들이 법적·윤리적 테두리 안에서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려’라는 단어에는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제도는 아직 ‘반려’ 동물이 아닌 ‘애완’ 동물에서 멈춰있는 듯하다. 단순히 보호자들에게 “종량제 봉투에 버리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닌, 보호자들이 존엄하게 가족을 떠나보내 줄 수 있는 공공 장묘 인프라 확충과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반려동물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길마저 쓰레기봉투 속에 갇히지 않도록,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유나(미술교육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