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익숙한 풍경을 뒤로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뤄왔다. 학교 일, 아르바이트, 해야 하는 걸 핑계 삼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은 되도록 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었다. 약속을 잡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고, 익숙한 일상에서 일만 하는 것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하지만 비슷한 하루가 반복될수록 몸은 점점 지쳐갔다. 분명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도 이상하게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 이 들었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던 중, 유명 작가의 사인회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장소는 서울이었다. 서울은 먼 거리라 고민됐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에게 이런 기회가 다신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주말이 되고 나는 별다른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서울행 버스를 타고 떠났다.
서울에 도착한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편이 뻥 뚫리는 듯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으며, 익숙한 동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낯선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예전에도 서울을 몇 번 와본 적 있지만, 그날의 서울은 유난히 더 아름다웠다.
사인회가 끝난 뒤에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있을 거로 예상했지만, 친구들은 생각보다 훨씬 편하게 나를 대해주었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함께 있는 시간을 즐거워 해주는 모습이 좋았었다. 다시 집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 짧은 하루였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를 남겼다. 마음 한편에 쌓여 있던 답답함은 사라졌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후련한 마음이 더 크게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 서울로 향한 이유는 사인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사인회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다양한 곳을 여행해 보고 싶어졌다. 평소 교수님께서 수업 중 기회가 되면 멀리 가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평소 학교생활과 같은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럴 땐 잠시 모든 것을 비워두고 아무 곳이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서울로 향하기 전까지 많은 걱정을 했지만, 한 번 떠나보니 그다음부터는 용기가 생겼다.
꼭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다.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무작정 떠나보자.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잊고 있던 새로운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여행이 우리의 일상을 회복해주는 용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