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희망이 있다, 도전을 잇다
1996년 봄, 나는 경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지역에서 미디어 콘텐츠 제작 회사를 창업하는 모험을 택했다. 맨손으로 시작한 길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은 경험을 들고 다시 모교로 돌아왔다. 학과 이름은 미디어영상학과로 바뀌었지만, 지난 15년간 그 강의실에서 실무 강의로 후배들을 만나 왔다. 현업과 강단을 넘나드는 삶, 그것이 스무 살 무렵 내가 품었던 꿈이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거리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 개인의 시간과 취향을 소중히 여기는 요즘 학생들을 보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 마음이 스칠 때도 있었고,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닐까 지레 오해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간섭하지 않는 존중’이었다.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존감을 지켜 주자고 마음먹었지만, 존중이라는 이름의 방관은 아닐까, 마음 한구석은 늘 무거웠다.
그 물음에 답을 준 것은 학생들이었다. 지난해 한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AI로 지역 관광 콘텐츠를 만들던 학생들에게 실무 수준의 어렵고 힘든 미션을 내밀었는데,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이들은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창원시 공식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기획해 납품했고, 방학에는 창업동아리로 더 큰 도전에 나섰다. 지금은 하동에서 부모뻘 주민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마을의 자원을 발굴하고 체류형 관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세대 차이를 걱정하던 내가 무색할 만큼, 그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첫 제안은 내가 했지만, 이렇게 스스로 선택하고 끝까지 도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오래전의 나를 보았다. 가진 것 없이 도전 하나로 세상에 뛰어들던 그 시절의 나를. 이 세대는 멀어진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강요 앞에서는 침묵하지만, 기회와 신뢰가 주어지면 어느 세대보다 뜨겁게 움직인다. 그들의 진심을 늦게 알아본 미안함은 부끄러움이 되었고, 부끄러움은 이내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확신하게 되었다. 희망이 있다고.
이제 그 도전을 잇는 것이 선배의 몫이다. 내가 걸어온 창업과 현장, 강단의 길에서 얻은 경험과 인연을 후배들에게 기꺼이 보태려 한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역에서도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으로 일과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해냈다면 여러분은 더 멀리 갈 수 있다. 도전은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진다. 30년 전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던 선배가, 이제 여러분의 도전 뒤에서 힘껏 밀겠다.
신성일(슈퍼히어로 대표, 정치언론학부 졸업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