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그루터기] 낙타여, 마산 낙타여

2026-09-30     언론출판원

  마산에서 단봉 낙타가 나왔다. 물론 살아 있는 낙타의 뼈가 나온 것은 아니다. 1,600년 전 가야 사람들이 흙으로 빚은 작은 낙타 한 마리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의 무덤 속에서 세상 밖으로 걸어나왔다. 지금 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창원 현동 사람들 이야기: 가야, 바다, 무덤」에서 만날 수 있는 낙타모양 토기가 그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토기를 5세기 유물로,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낙타를 형상화한 토기로는 최초 출토 사례라고 소개한다. 짧고 둥근 입, 작은 눈과 코, 목을 따라 흘러내리는 갈기가 표현돼 있으며 단봉낙타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여진다. 단봉낙타는 아라비아 낙타라고도 부른다.

  나는 이 작은 형상의 낙타 앞에서 큰 생각에 빠진다. 1,600년 전 현동 사람은 낙타를 어떻게 알았을까. 낙타는 마산 산야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쉽게 만나는 짐승도 아니다. 멀리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사막길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이 토기 하나를 두고 현동 사람들이 사막까지 갔다거나 낙타가 마산까지 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낙타 자체가 아니라 낙타의 이미지가 현동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처음 발굴됐을 때 이 토기는 ‘오리 몸체에 낙타 머리가 결합된 토기’로 소개됐다. 5세기 창원 현동 유적에서 출토된 단봉낙타 형상의 토기는 현동의 나무덧널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몸통은 이 지역에서 익숙한 오리모양 토기와 닮았지만 머리에는 부리가 없고 목에는 갈기 같은 표현이 있었다. 출토 당시부터 국제교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자료로 평가됐다.

  나는 바로 그 ‘결합’이 재미있다. 현동, 마산의 장인은 자기가 알고 있던 오리의 몸에 낯선 세계에서 전해진 낙타의 얼굴을 붙였다. 먼 곳에서 건너온 것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다. 자기 방식으로 다시 상상해 흙으로 빚었다. 그렇다면 그 작은 토기는 단순한 동물상이 아니라 1,600년 전 마산 사람의 상상력이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은 현동에서 배모양 토기가 함께 나왔다는 사실이다. 실제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토기이다. 현동에서는 철 생산과 배 제작을 짐작하게 하는 여러 철기 또한 발견됐다. 현동이 가야 여러 지역과 바다를 연결하며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장소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내 눈에는 배와 낙타가 한 쌍처럼 보인다. 배는 현동 사람들이 건너간 세계이다. 낙타는 그들이 건너가고 싶었던 더 먼 세계인지도 모른다. 배가 바다의 길이라면 낙타는 사막의 길이다. 그 두 길이 1,600년 전 마산의 작은 무덤 속에서 걸어나왔다.

  우리는 흔히 옛사람들의 세계가 좁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동의 작은 낙타 한 마리가 그 생각을 뒤집는다. 몸은 작은 포구에 살았어도 그들의 귀와 눈과 상상은 바다 너머 아주 먼 곳까지 열려 있었다.

  우리는 휴대전화로 세계와 우주까지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정작 마산의 땅속에 어떤 세계가 잠들어 있는지는 모르고 살아간다. 마산 현동에서 나온 작은 낙타가 1,600년을 건너와 우리에게 묻는다. ‘가야인이 빚은 가장 먼 세계’, ‘가야의 바닷가에 도착한 사막의 기억’ 앞에 당신의 세계는 얼마나 넓은가.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