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서 기자의 콘텐츠 리뷰] 거울 너머 성에서의 온기

2026-09-16     김연서 기자
▲‘거울

 

  현실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거울 속 외딴 성’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는 2023년 4월 개봉했다. 원작 소설이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지며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조금 줄어들고 주인공의 시점에 더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주인공 코코로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집의 거울이 빛나는 것을 목격하고, 손을 대자 그 속의 성으로 이동한다. 성에는 7명이 모여 늑대 가면을 쓴 소녀의 “1년간 소원을 들어주는 열쇠를 찾으면 소원을 이뤄주겠다.”라는 말을 듣고, 성에서 1년간 생활하며 7명은 서로의 사정을 점차 알게 된다.

  7명 중 한 명인 아키가 교복을 입고 등장하며 모두가 같은 학교의 재학생이지만 등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성에서의 1년이 끝나갈 무렵, 마사무네가 하루만 등교를 부탁하며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모두가 엇갈려 만나지 못한다. 7명은 모여 각자가 ‘평행 세계’인지 의논하지만 각자가 7년의 시차를 두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영화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동화적 요소에도 초점을 두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빨간 모자’ 동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늑대와 일곱 마리의 어린 염소’ 동화를 근간으로 삼는다. 성의 주인, 늑대 가면을 쓴 소녀 ‘늑대님’은 성에 모인 7명을 ‘빨간 모자’라고 부르지만 7명이라는 인원수와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동화의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책에서 영상 매체로 옮겨가며 이런 동화의 내용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초반에는 소원을 위해 열쇠를 찾는 내용으로 볼 수 있으나 이야기가 흘러가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에 주목하게 된다. 외부에서 상처받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거울 속의 성을 통해 동질감과 안정을 느끼고, 점차 회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현실에서는 방에 숨어 있던 7명이 성에서는 오히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

  주인공 코코로는 처음의 외롭고 고립된 상태에서 성을 통해 삶을 살 용기를 조금씩 얻는다. 동화에서는 마지막 아기 염소가 시계 안에 숨어 늑대를 피하지만 코코로는 규칙을 어겨 잡아먹힌 6명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에 시계로 들어가 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코코로가 스스로와 타인 또한 구할 힘을 갖게 되며 성장한 순간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현실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울 속 성이라는 공간에 담아낸다. 이러한 모습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더라도 어떤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지 쉽게 알지 못하는 현실의 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다른 사람과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이 익숙해진 지금, 이 영화는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