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기자의 콘텐츠 리뷰] 시간과 우주를 건너는 우리의 목소리
매일 마주 보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에는 너무 익숙해서 알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계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별의 목소리’는 그 변화를 우주라는 가장 먼 거리에서 바라본다.
주인공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는 서로에게 마음을 품은 상태였다. 그러나 미카코가 UN 우주군의 타르시안 조사대인 리시테아 함대에 선발되면서 두 사람의 일상은 달라진다. 2039년 화성에서 발견된 외계 생명체 타르시안과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함대에 미카코가 타게 된 것이다. 미카코는 트레이서에 탑승해 타르시안을 조사하고 싸우지만, 지구에 남은 노보루와의 거리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처음 두 사람이 이용하는 것은 휴대전화를 통한 메일이었다. 그러나 함대가 멀어질수록 메시지가 오가는 데 필요한 시간도 길어졌다. 며칠이던 시간이 몇 주로 늘어나고, 결국 워프를 통해 1광년을 이동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1년의 시간 차이까지 생긴다. 이후 함대가 시리우스 성계로 향하면서 거리는 더 멀어진다. 미카코에게는 그저 몇 달 전의 일이지만, 지구에 있는 노보루에게는 몇 년 전의 기억인 것이었다.
이 작품에서 우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가로막는 거대한 거리 그 자체다.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더라도, 서로가 그것을 읽는 순간은 매번 다르다. 미카코가 지금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보루는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다. 가까이 있을 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말 한마디가, 긴 시간을 건너오며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둘의 관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카코는 계속해서 노보루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보냈다. 시리우스 성계에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미카코는 8광년 너머에 있는 노보루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24살이 된 노보루 군, 안녕. 난 15살 미카코야. 있지, 난 지금도 노보루가, 너무너무 좋아.” 이 문장에는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사실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별의 목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가가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있어도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의 결말은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났는지, 이후 어떤 관계를 이어갔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별의 목소리’가 남기는 것은 명확한 재회의 장면이 아니라, 시간과 거리를 넘어 서로에게 닿으려 했던 두 사람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