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고분군에서 가야의 시간을 느끼다
김해에서 만나본 금관가야의 흔적
김해 도심에는 천오백여 년 전 가야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대성동 고분군이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나지막한 봉분이 이어지는 그 아래에는 가야인의 삶과 죽음,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보여주는 수많은 유물이 잠들어 있다. / 문화부
대성동 고분군은 김해 대성동 일대에 조성된 가야 시대의 고분군으로, 금관가야의 중심지였던 김해의 역사적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지난 2023년에는 대성동 고분군을 비롯한 7개 고분군이 ‘가야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 금관가야의 흔적을 품다
이곳은 김해를 중심으로 성장한 금관가야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금관가야는 낙동강 하류의 김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철 생산과 해상 교역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특히 김해는 낙동강과 인접해 있어 바닷길을 통한 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으로, 금관가야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성동 고분군은 금관가야의 정치·사회적 모습과 당시의 대외 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핵심적인 역사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성동 고분군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의 구성 유산이 됐다. 가야고분군은 고대 가야가 남긴 고분군으로, 각 고분에서 확인되는 무덤의 구조와 부장품을 통해 가야의 독특한 정치 체계와 주변 지역과의 교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성동 고분군 역시 금관가야의 중심지였던 김해에서 가야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분군에서는 금관가야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29호분과 39호분에서 철제 무기와 토기 등이 출토됐으며, 29호분에서는 청동솥과 철검, 철촉 등이 확인됐다. 특히 39호분은 기존 29호분의 일부를 파괴하고 그 위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돼 당시 지배층의 변화와 장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또한 91호분에서는 청동 용기인 청동세와 청동완이 출토되는 등 중국과 북방 지역, 일본 열도 등과의 교류를 짐작하게 하는 유물도 발굴됐다.
이처럼 대성동 고분군은 고분 하나하나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금관가야의 성장 과정과 사회 구조, 철 생산과 경제력, 대외 교류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당시의 유물과 무덤이 현재까지 남아 있어 문헌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가야인의 삶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의 유물과 무덤이
현재까지 남아 있어
문헌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가야인의 삶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역사 속 공간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대성동 고분군의 또 다른 특징은 유적이 김해 시민들의 생활 공간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지만, 동시에 시민들이 산책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일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고분군 주변을 걷다 보면 잔디밭과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부터 운동을 위해 방문한 주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고분군을 찾는다. 역사 유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집 근처 익숙한 공원인 셈이다.
고분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곳은 특별한 날에만 찾는 관광지가 아니라 산책하거나 바람을 쐬러 가는 익숙한 장소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 자주 보던 곳이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새롭게 느껴졌다는 감상을 드러냈다. 또한, 지역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고분군을 찾기에 지역의 문화와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 시민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대성동 고분군을 역사적인 장소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접근하기 쉬운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김해에 살면 대성동 고분군을 한 번쯤은 가보게 된다.”며 “고분군 자체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주변을 걷거나 쉬기 위해 방문하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김해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직접 공간을 보고 걸어보면서 가야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고분군의 역사를 만나보는 대성동고분박물관
고분군에 방문한다면 인근에 있는 대성동고분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물관은 대성동 고분군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금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출토 유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토기와 철기, 장신구 등은 당시 가야인들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가야의 철 생산과 교역, 사회 구조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특히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분군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가야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주요 전시물에는 대성동 57호분에서 조사된 금관가야 여성의 모습을 활용한 영상 전시물이 있다.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인골의 모습과 여인의 모습이 번갈아 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 요소다. 또한 박물관 로비에는 3D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이미지월도 설치돼 있어 전시를 색다르게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천오백여 년 전 가야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대성동 고분군은 오늘날에도 김해 시민들의 곁에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산책길이고, 휴식처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야의 역사를 만나는 장소다. 김해에 남겨진 가야의 흔적을 만나보고 싶다면, 대성동 고분군을 찾아 그 공간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