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강단을 떠나며: 사랑하는 제자와 동료들에게 보내는 고백

2026-08-20     언론출판원

  교단에 처음 섰던 그날의 설렘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40여 년을 지나 이제 정들었던 강단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강단에 섰지만, 삶의 진정한 지혜를 가르쳐 준 것은 오히려 학생들이었습니다.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호기심을 마주하며, 저 또한 배움 앞에 선 한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강의실은 지식을 전하는 공간인 동시에,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고마운 배움터였습니다.

  영문학을 가르치며 문학이야말로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깊고 따뜻한 길임을 믿어 왔습니다. 그 믿음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욕망과 사랑, 갈등과 질투, 상처와 용서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전은 먼지 쌓인 옛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대화였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작품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너머 사람을 읽어내는 깊은 눈을 갖기를 바랐습니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분필 가루 날리던 칠판은 디지털 화면으로 바뀌었고, 이제 인공지능이 지식을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 가능성이 꽃필 때까지 기다려 주며, 배움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교육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강의실에서 제자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정답보다 질문을 사랑하라.”

  정답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질문하는 사람은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장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이 정답을 암기하는 데 머무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을 키우는 배움의 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직함은 내려놓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세상과 다정한 대화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후배 교수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뛰어난 연구자이기 전에 학생들의 이름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스승으로 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는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데 집중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걸어가기를 당부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더욱 빛나는 것은 성실함과 정직함,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저 역시, 스승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는가 보다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로 기억된다는 사실을, 이 길의 끝에서 다시금 배웁니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우리 대학의 앞날에 눈부신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그동안 나눈 배움과 온기,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미원(영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