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진로상담전공 졸업을 앞두고
수학을 전공한 교사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수학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고하는 과정은 매력적이고, 교사로서의 삶에도 만족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진로 업무를 맡게 되었고,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진로교사의 역할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즐거움과 보람을 알게 되었다. ‘진로교사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분야를 공부하며 나의 시야를 넓혀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그해 경남대학교에 진로상담 부전공 과정이 처음 개설되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치밀한 계획보다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이어져 왔다. 대학원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롬볼츠의 ‘계획된 우연 이론’을 접했을 때 그 내용이 나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상담 역시 나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한 끝에 감사하게도 합격할 수 있었다.
2024년 3월 첫 토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병행하며 매주 토요일 학생의 자리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진로상담, 진로체험, 진로정보, 진학 등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배우며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다. 특히 교수님들의 현장 중심적인 교육은 배운 내용을 실제 학교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진로교사로서의 적성과 가능성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5학기 동안 가장 크게 얻은 배움은 ‘자기이해’였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를 이해하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도 진로교육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전문성을 배우기 위해 시작한 공부였지만, 결국 나와 타인, 그리고 삶을 조금 더 깊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토요일마다 학교에 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함께 배우고 고민하며 웃었던 동기들이 있었기에 5학기의 시간은 더욱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이번 과정은 새로운 전공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학생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진로교사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될지, 수학교사로서 지금의 길을 이어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배운 진로와 상담의 가치와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는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나의 교직생활을 든든하게 이끌어 줄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조복선(창원중앙고등학교 교사,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전공 졸업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