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끝
“안녕하세요.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박성한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수십 수백 번을 내뱉었던 이 인사말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네요.
막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고, 제가 맡았던 시간도 이제 끝이 난 것뿐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 조금 낯선 것은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학보사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한동안은 그래도 사무실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기사를 쓰고, 누군가의 기사를 읽어보는 일이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하루를 보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게 이곳은 일이기 이전에 일상이었습니다.
국장으로 지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다시 생각해 보자.”였을 겁니다. 기사의 방향을 정할 때도, 누군가의 글을 볼 때도, 제가 내린 판단을 돌아볼 때도 자주 했습니다. 원래도 자주 하던 말이었지만, 국장 생활을 하면서는 유난히 더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다 보니 저 역시 계속해서 제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어느 날 제가 쓴 기사를 다시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문장도 나쁘지 않았고, 필요한 정보도 충분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잘 쓴 글’과 ‘무언가를 말하는 글’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로는 문장 하나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이 글이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사를 읽으면서도, 조금 더 크게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문장에서 문단으로, 문단에서 글 전체로 시선을 넓히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 글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예전의 저는 책임진다는 것을 내가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는 게 빠르고 확실하니까 내가 맡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사람과 역할을 나누고, 각자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책임지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야 각자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요.
물론 지금의 제가 모든 답을 얻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수없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무언가를 하면서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제 자리에서 기사를 쓰고, 원고를 들여다보던 일상도 끝이 납니다. 조금은 비어 보일 듯합니다. 그래도 그 빈자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무언가를 채우며 살아왔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동안 수없이 했던 인사를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박성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