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1만 원 시대, 청년들의 식비 생존법
‘거지맵’부터 가짜 배달앱까지... 고물가 속 청년들의 현실적인 절약 전략
외식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한 끼 1만 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특히 소득이 제한적인 청년들에게 식비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온다. 단순히 아껴 쓰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식비 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사회부
점심값 1만 원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2월 경남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 615원으로 나타났다. 한 끼 식사조차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청년 들은 스스로 생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렴한 식당을 공유하는 ‘거지맵’과 배달비를 아끼기 위한 ‘가짜 배달앱’ 등 새로운 소비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자주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요즘은 배달비까지 합치면
한 끼에 1만 5천 원 가까이
나오기도 해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 가격 중심으로 재편되는 외식 정보 문화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한 ‘거지맵’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외식 정보를 소비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의 맛집 정보가 맛과, 분위기를 중심으로 공유됐다면, 거지맵은 가격과 양, 가성비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지역의 저가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정리한 게시물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현금 결제 시 할인’, ‘정해진 시간에만 제공되는 저가 메뉴’와 같이 일반 검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정보들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거지맵에 올라오는 식당은 프랜차이즈보다 동네 소형 식당, 대학가 주변 식당, 구내식당 형태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낮거나 회전율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 구내식당은 외부인 이용이 가능해, 학생이 아닌 청년들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정보만 활용하고 비용은 줄이는 소비 방식
청년층 사이에서 언급되는 ‘가짜 배달앱’은 실제로 존재하는 별도의 앱이 아니다. 이는 배달 플랫폼을 주문용이 아닌 정보 탐색용으로 활용하는 소비 방식으로 쓰인다. 배달앱에서 메뉴와 가격, 리뷰를 확인한 뒤 앱을 통한 주문은 하지 않고,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등장한 배경에는 배달 구조의 비용 문제가 있다. 배달앱 주문 시 소비자는 음식값 외에도 배달비를 별도로 부담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배달비가 3천 원에서 많게는 5천 원 이상까지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일부 매장은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반영해 매장 가격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동일한 메뉴라도 주문 방식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청년들은 이러한 구조를 인지한 상태에서 배달앱을 가격 비교 도구로 활용한다. 메뉴 구성, 세트 여부, 실제 이용자 리뷰 등을 확인한 뒤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주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다. 특히 혼자 식사할 때는 배달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추가 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하고자 아예 방문 포장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학생들이 체감하는 식비 현실
식비 부담은 통계보다 더 빠르게 일상에서 체감된다. 단순히 “비싸졌다.” 라는 인식을 넘어 식사를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 의폭이 크다. 우리 대학 조건희(외식조리학과·2) 학우는 “예전에는 자주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요즘은 배달비까지 합치면 한 끼에 1만 5천 원 가까이 나오기도 해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배달앱으로 메뉴만 보고 직접 가서 포장하거나, 아예 편의점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혼자 먹을 때는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더 시키는 게 아깝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자 식사할 때 발생하는 추가 지출에 대한 부담은 실제 소비 방식을 바꾸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전준영(외식조리학과·3) 학우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아예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는 “수업 끝나고 배고프다고 바로 사먹기보다, 미리 마트에서 냉동식품이나 즉석밥을 사두고 나눠 먹는다.”라며, “처음엔 번거로웠는데, 한 번 습관이 되니까 확실히 지출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또 요즘은 친구들이랑도 각자 메뉴를 시키기보다 나눠 먹거나, 가격대가 낮은 메뉴 위주 로 고르게 된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덜 먹는다.”가 아니라 식사 방식 자체를 계획적으로 바꾸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조리를 배우는 학생들은 식재료 가격 변화에도 민감하다. 일부 학생들은 재룟값이 올라서인지 예전보다 음식량이 줄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외식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거나, 재료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인 청년들에게도 체감되는 부분이다.
‘거지맵’이나 ‘가짜 배달앱’은 가볍게 소비되는 유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년들이 바뀐 물가 환경에 맞춰 스스로 만들어낸 생활 방식에 가깝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을 비교 하고, 주문 방식을 바꾸고, 식사 시간을 조절하는 과정은 더 이상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청년들이 공유하는 절약 방식은 단순한 팁이 아니라, 고물가 시대를 버티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이는 앞으로의 소비 기준과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