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시 부문 가작 '할머니의 오봉'

2025-11-19     박성한 기자

시 부분 가작 : 이주원(사회복지학과·4)

 

할머니의 오봉

 

말 하나가 사람에게 언어로 습득되기까진

무수한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다

그런 사람에게 타국의 말을 가르친 슬픈 과거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봉이라는 단어를 계속 말하다 보면

 억압과 피로 가득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나에게 쟁반은 그저 쟁반일 뿐이겠지만

할머니에게 쟁반은 방패막이 되었을 것이다

언어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우리들과 달리

 할머니에겐 언어에 대한 소중함과 한이 있다

그런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 우리는 보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지켜낼 필요가 있다

나는 요즘 줄임말을 친구들이랑 많이 쓴다

우리말을 보다 아껴야 하는 우리지만 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줄임말을 쓰고 있는 내가

할머니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할머니께선 오봉이라 말씀하신다

오봉은 우리말이 아니다

오봉이 아니라 쟁반이 올바른 표현이지만

할머니에게 쟁반은 차가운 오봉이다

 

 

10·18문학상 시 가작 수상 소감

 

  제가 쓴 시 ‘할머니의 오봉’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언어의 소중함을 다시 바라보며 쓴 작품입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한 사람의 삶과 기억 그리고 시대의 정서가 깃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오봉’ 속에는 세월의 흔적과 아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오봉’이라는 단어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견뎌온 삶의 무게, 시대의 냄새, 그리고 한 세대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단어를 단순한 옛말로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시간과 감정 위에 세워진 것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습관처럼 쓰이는 말 한마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전해진 삶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언어를 단순한 표현이 아닌 존재의 기록, 삶의 증언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이 시는 그런 제 마음의 작은 고백이기도 합니다. 요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말들을 쏟아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오래된 말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져 갑니다. 하지만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단어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닌 그 언어에 담긴 마음 그리고 삶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일이기에 함부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주원(사회복지학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