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몸에 해로운 플라스틱을 먹었다

담배꽁초의 불편한 진실, 미세플라스틱

2024-09-04     신효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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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쓰레기를 주워본 경험이 있으신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줍게 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다. 담배꽁초는 어쩌다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게 되었을까. 대다수의 건물 내부는 금연이지만 길거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면 불법이고 단속되면 범칙금이 나오지만, 금연 거리가 아니라면 어디서든 담배를 필 수 있다. 하지만 담배를 피고 나서 땅에 무단으로 버리거나 무단으로 버리고 불을 낼 경우에는 처벌을 받는다. / 사회부

 

  길거리나 대학로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길담’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이 ‘길담’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 “간접흡연은 몸에 좋지 않다.”, “길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이유다.

 

- 담배 = 플라스틱이다

  일반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분리배출하고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린다. 그런데 담배꽁초 쓰레기는 버릴 곳도 처리할 곳도 마땅히 없다. 그래서 길이나 흡연 구역 주변 길가에 가기만 해도 버려진 담배꽁초가 쌓인 걸 볼 수 있다. 흡연자 입장에선 나라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부과해서 판매하는 제품인 담배를 자신의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소비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꽁초를 버릴 쓰레기통도 찾기 쉽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민 흡연율은 7.7%다. 만약 흡연자가 앞으로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담배 필터를 종이나 솜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터는 플라스틱 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로 구성돼있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아세테이트 섬유를 만들거나 불연성 필름, 플라스틱, 전기 절연체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 이 성분 말고도 여러 발암물질로 만든 담배를 태워 연기를 흡입하게 되면 여러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이 체내로 들어와 축적된다. 이를 몸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면 암에 걸리게 된다.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 필터에 있는 플라스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 5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에 담배를 포함시켰다.

 

- 끝은 결국 우리에게...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비가 오는 날에 빗물받이와 하수구로 유입된다. 이후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담배꽁초 속 플라스틱 필터는 물살과 햇빛에 의해 잘게 부서진다. 담배꽁초의 결말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이다. 담배꽁초로 인해 만들어진 미세 플라스틱은 어류나 조개류가 삼키게 되고, 이는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오게 된다.

담배꽁초의 결말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이다.

그리고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법을 만드는 것이다. 법은 정부나 기관이 목표 달성을 위해 설정한 방향이나 계획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법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담배꽁초를 길에 버렸을 때 5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 처벌이 과연 과태료를 내는 것에서 끝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과태료의 형태로 적게는 25달러(약 3만 원)에서 많게는 3만 달러(약 4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영국은 고정 벌금으로 150파운드(약 26만 원)를 내야 한다.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최대 2,500파운드(약 440만 원)의 벌금을 내기도 한다. 만약 벌금을 미납하게 되면 전과 기록이 남게 된다. 싱가포르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 투기와 관련해서 엄격한 법률을 적용해 과태료가 아닌 벌금을 부과한다. 초범일 경우 약 20만 원에서 최대 102만 원을 내야 하지만 재범일 경우 최대 204만 원을 내는 것으로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벌금을 점점 올리는 방식이다.

 

- 간절한 정부의 노력들

  길에서 함부로 버리는 담배꽁초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지속적인 담뱃세 인상과 담뱃갑 경고 그림 삽입 등이 있다. 흡연율이 줄어들면 당연히 길거리에 투기되는 담배꽁초도 줄어든다. 하지만 대안 없이 실행된 실내 흡연 금지는 오히려 길에 투기되는 담배꽁초 쓰레기를 증가시켰고, 담뱃세 인상과 담뱃값 경고 그림은 사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길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적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 이를 위해선 벌금 부과 대상자의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길에서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는 투기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블랙박스가 있는 차량 운전 중 투기를 목격한 경우에만 차량 번호판을 확인해 신고가 가능하다. 해당 장면 녹화본과 함께 간단한 정보를 ‘국민신문고’앱에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2021년 9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전국 최초로 담배꽁초 회수 및 재활용 시범사업에 나섰다. 중앙정부인 환경부는 사업을 총괄하고 지자체는 담배꽁초 수거 거점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담배꽁초를 재활용한 보도블록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재활용이 불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다른 대책인 담배꽁초 수거보상제가 나왔다. 지자체가 시민이 주워온 담배꽁초 무게에 따라 현금 또는 종량제봉투 등의 형태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보다 안전하고 보상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인간은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다. 오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꽁초 속 플라스틱을 먹은 걸까? 예상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상용화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도 보다 안전하고 실용 가능성이 있는 좋은 방책을 만들어서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지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