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외사랑
사람들은 짝사랑이라는 일을 경험한다. 한번은 다들 겪어봤을 그 감정이다. 나 또한 짝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기분이 좌지우지되고는 했다. 이 감정이 나는 무척 슬픈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외사랑을 느끼게 된 지금, 짝사랑보다 외사랑이 정말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짝사랑과 외사랑은 비슷하다. 둘 다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짝사랑 같은 경우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사랑을 주는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나의 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호감을 쌓아서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연인이 될 수 있다. 외사랑의 경우는 다르다. 외사랑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나의 감정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거절했거나 일방적으로 그 감정을 무시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나는 외사랑을 했다. 그 사람은 내가 본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나의 감정을 외면했다.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챙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용기를 낸 나의 고백을 거절당했을 때 이렇게까지 슬픈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 중에서 그 사람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감정을 지우지도, 포기하지도 못했다. 그 사람은 이러한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외면했고, 오히려 나에게 여지를 주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이 혼란에 갇혀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설레기도, 진전되지 않는 관계에 지쳐 울기도 했다.
이 외사랑을 그만둔 것은 그 사람과 사귀게 된 뒤였다. 나는 거절당한 뒤에도 계속 사랑을 외쳤다. 오랜 구애 끝에 그 사람과 사귀게 되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최대의 사랑을 주었지만,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와 사귄 지 한 달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처음 사귀게 되었을 때부터 오래 만나지 못할 것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끝은 이별이었다. 외사랑을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사람이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멋대로 상상해 왔다. 나는 내가 상상한 대로 그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 믿었고, 우리가 상상 속 연인의 모습이 되길 빌었다. 그래서 더욱 오래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던 것 같다.
일방적인 사랑은 고통스럽다. 돌아오지 않을 감정이 돌아오길 빌며 헛된 희망을 품는다. 이 희망이 결국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 사랑하는 마음에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미련이 만들어낸 헛된 감정은 아닐까.
이미선(문화콘텐츠학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