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를 점령한 캠핑카

과연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일까?

2024-06-12     박성한 기자

  삼귀해안도로가 쭉 뻗어있는 귀산동. 이곳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귀산이라 부른다. 마산 앞바다와 마창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위치 때문에 많은 나들이객이 찾는 곳이다. 여기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타고 삼귀해안도로를 통해 방문한다. 그런데 창밖의 풍경을 보려 고개를 돌리면 기대하던 바다와 마창대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캠핑카 때문이다. / 사회부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삼귀해안도로에 가봤다. 우리 대학에서 차로 10여 분 달리자, 목적지가 보였다. 마창대교를 내려와 삼귀해안도로에 진입한 초입부터 간간이 주차된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의 소유로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차량 모두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하던 찰나 스타벅스 마창대교점을 기점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차량이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어 마치 주차장을 연상케 했다.

 

# 줄지어 서 있는 차량의 정체는?

  이곳에 서 있는 차량은 인근 주민의 차량과 놀러 온 나들이객의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제외하고는 캠핑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차량이 서 있는 구간의 길이를 계산해 봤다. 스타벅스 마창대교점부터 용호마을이라고 적혀있는 비석에 이르는 약 1km 구간에 차량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가까이 가 차량을 살펴보니 한눈에 봐도 이곳에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차량이 방치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지도의 거리뷰 기능을 활용해 비교해 봤다. 이곳의 거리뷰 최근 촬영날짜는 2023년 2월이다. 이때도 해안도로에 많은 차량이 주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와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적게 잡더라도 1년 넘게 방치됐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길을 따라가며 맨눈으로 확인했을 때 1년도 훨씬 넘은 것으로 보이는 캠핑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차된 캠핑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는지 인근 주민에게 물어봤다. 주민은 이곳에 캠핑카가 서 있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가 매년 심해지다가 올해는 가장 심각하다고 이야기했다. 시청과 구청에도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점이 없다고 답답한 기색을 드러냈다.

 

# 손 놓고 있는 지자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다는 주민 A씨의 말에 창원시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시민의 소리에 들어가 봤다.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 민원의 제목을 검색할 수 있는 창에 ‘귀산’이라 검색했다. 공개와 비공개 민원을 합쳐 11페이지 약 100여 건에 달하는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관련 글이 올라왔다. 이 중 공개된 글은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귀산에 대한 다른 민원도 있었지만, 도로변에 주차된 캠핑카에 대한 민원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민들의 지속되는 민원…

지자체가 내놓은 답변은?

“현행법상 어찌할 도리 없어…”

  캠핑카에 대한 민원 글은 하나같이 불편함을 호소 중이었다. 캠핑카가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부터 운전할 때 사고위험이 있다는 글 등 다양한 불만이 나타났다. 민원 글에서는 지자체 관련 부서의 답변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답변이 구구절절 적혀있었지만, 종합해 본 결과 지자체에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그 근거로 관련 법을 들어 설명했다.

  먼저 “차량이 주차된 곳이 황색실선, 황색이중복선구간 등 주정차 금지구역에 해당하면 단속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흰색 실선에 주정차 중이면 현행법상 해당 차량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차주들의 자발적 협조를 통해서만 처리할 수 있다.”라고 했다. 흰색 실선 구간은 차주와의 협의가 없으면 조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 해안도로의 경우 주정차로 문제 되는 구간의 대부분이 흰색 실선이다. 한마디로 지자체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 가중되는 시민의 불편

  이렇게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시민의 불편만 더해간다. 인근 주민은 차량 때문에 주변의 경관을 전부 해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차를 댈 수 있지만, 개인 주차장인양 계속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이곳에 사는 우리만 힘들다며 지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직접 차를 타고 이곳을 가보니 아찔한 상황도 마주할 수 있었다. 주차된 차가 흰색 실선을 침범해 차가 다녀야 할 도로에 가까이 있어 안전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어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우려된다. 해가 진 밤에는 더더욱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마산만의 오염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주차된 차가 비바람을 맞아 도장이 벗겨져 금속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도 있었다. 심지어는 녹이 슬어 있어 다시 비가 오면 녹물이 마산만에 그대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간간이 이곳 캠핑카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도 바다로 가 해양 생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마산만과 마창대교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막상 방문해 보면 아름다운 경관은커녕 도로에 늘어서 있는 차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또 이곳에 사는 인근 주민들도 지속해서 불만을 내놓는다. 이러한 불편 사항을 지자체에 이야기하면 관련 법이 그렇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더욱 화나게 만든다. 몇 년째 계속해서 민원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창원시는 이 사태에 대해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