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마음을 나누는 봉사

2024-05-23     언론출판원

  나는 지금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의 학습과 놀이를 보조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봉사 수업으로 가게 된 거라 플로깅 등의 다른 활동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했고 사람을 만나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조원들과 약속을 잡고 처음으로 봉사를 가던 날은 많이 긴장됐지만, 아이들이 우리 모두를 반갑게 맞이해 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이야기를 들은 친구 몇 명이 힘들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힘듦 이상으로 얻는 것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 의무라고 생각하는 봉사활동이 아닌 정말로 마음을 나누며 즐기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센터로 가는 버스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오늘 만날 아이들이 어떤 모습일지, 날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걱정됐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은 그저 조금 들떠있을 뿐, 예의 바르고 유쾌했다. 우리 조원들이 궁금하지만, 들어올 용기는 없어서 문틈으로 기웃거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싹싹한 친구 한 명이 데려와서 우리에게 소개해 줬다.

  지금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총 다섯 번 만났고, 이젠 서로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3~5학년인데, 생각보다 어른스럽지만 가끔은 생각보다 더 어리다. 우리가 도착할 시간 언저리가 되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우르르 달려 나와 “쌤, 보고 싶었어요!”라며 인사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 한 주의 피곤함이 가신다. 내가 놀란 것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어른 같다는 사실이다. 이 어른스러움은 철이 빨리 들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초등학교 때는 양육자들과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아이가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기고,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남들을 배려하며 생각한다.

  이전에 사탕이나 스티커 같은, 어른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선물을 줬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걸 잊지 않고, 그다음 주에 내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용돈을 모아 문방구에서 파는 작은 사탕을 사 왔다. 나는 돌아올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고 선물을 주지만, 아이들은 받은 기쁨을 돌려주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고, 봉사활동은 시간 낭비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눔과 봉사 그 자체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자 희망의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건, 이 세상이 아직은 아름답고 선의가 남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행위다. 아쉽게도 이제 약속된 봉사활동은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즐기며 나눔을 실천한다는 가장 큰 목표를 이뤘고, 함께 행복한 기억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김송현(간호학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