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창동 비둘기를 자연으로 되돌려보낼 묘책은 없는가?

2024-05-23     언론출판원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하던 새가 있었다. 비둘기목 비둘깃과의 비둘기가 그 주인공이었다. 비둘깃과에는 전 세계적으로 총 289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멧비둘기’, ‘양비둘기’, ‘흑비둘기’(천연기념물 215), ‘염주비둘기’, ‘녹색비둘기’ 등 5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람이 사는 도시에 ‘도시공해’의 존재가 되는 비둘기가 살고 있다. 그 새들을 우리는 ‘집비둘기’(Feral pigeon)라 부른다.

  집비둘기라 해서 집에 살거나 집에서 키우지는 않는다. 사람의 집에 숨어서 피해를 주며 사는 비둘기다. 집비둘기 역사는 ‘바위비둘기가 인간에 의해 세계 각지에 방생된 후 리비아 원산의 비둘기에서 독자적으로 분화된 개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발합’(酒헑)이라고 불렀는데, 훈몽자회(1527년)와 동의보감(1596년)에 나온다고 한다. 그렇듯 우리와 비둘기와 함께 산 지 오랜 역사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야생화된 집비둘기는 세계 곳곳에서 도시 침입종, 유해조수 신세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내가 즐겨 찾는 마산 창동에서도 집비둘기가 해로운 새며 도시공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창동 비둘기들은 실제로 여기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고 있는 새다. 사람이 흘린 고열량의 먹이를 주워 먹는 도시 비둘기들은 산성이 강한 배설물로 도시 곳곳을 오염시킨다. 몸속에 진균류가 있어 사람의 건강에 해를 줄 수도 있고, 먹이 경쟁에서 밀려난 탓에 비둘기들이 쓰레기 봉지까지 뜯어 먹다가 욕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에 집비둘기들이 급증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라고 한다. 1960년대 이후 집비둘기들이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많이 수입되고 사육이 시작했다. 그 당시 웬만한 도시의 큰 행사 때면 비둘기를 떼로 날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행사 개막과 함께 많은 비둘기가 날아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던 기억이 내게도 남아있다.

  비둘기가 유해조수가 된 것은 사실 사람이 만든 문제다. 우리가 만든 우리의 문제다. 행사용으로 경쟁하듯 사육하다 개체가 늘어나고 문제점이 노출되자 대부분 방생되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다 길들어져 살아온 집비둘기들이 야생으로 돌아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갈 수 있었겠는가 싶다. 그래서 주워 먹기 편한 ‘구걸하는 도시의 새’가 된 것이다. 먹기에 급급한 비둘기가 차에 치여 죽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보니 사람의 도시가 비둘기에는 비정한 도시가 되고 있다.

  창동 곳곳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야생을 찾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람과 새가 상생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둘기를 시군조(市郡鳥)로 지정한 도시들이 비둘기 대신 다른 새로 바꾸는 곳도 많을 정도다. 묘안이나 해법은 없는 것일까? 창동에서나마 사람과 새가 상생하거나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기가 막힌 처방은 없는 것일까?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