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매일매일이 감사한 날
내 인생의 좌우명을 말하라고 한다면, 딱히 이것이라고 하나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연령별로 좌우명이 조금씩 바뀐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윌리암 클라크의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등이었다면, 대학생이 되고서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였습니다. 유학 시절엔 “능력을 기르면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온다!”였습니다. 요즘 좋아하는 글귀는 공자님의 말씀 중에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인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한순간의 영광 외에는 누릴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대학의 주요 건물에는 이 글귀가 새겨진 현판이 붙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캠퍼스를 지나다니다가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글귀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생각한 것과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만고의 진리가 있습니다. 저도 어릴 적 꿈과 소원은 항상 미국 유학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항상 빌었던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시골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간절함은 철부지 어린 시절에 보았던 미드가 적잖이 영향을 준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에 TV로 보던 미드에는 최첨단 생체 공학으로 다시 태어난 남자(리 메이저스)인 ‘600만 불의 사나이’도 있었고, 제이미 소머즈(린제이 와그너)라는 여자 바이오닉 인간의 활약을 주 내용으로 한 ‘소머즈’라는 TV 시리즈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어린 시절의 꿈은 꿈으로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 항로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인생의 터닝포인터가 있었습니다. 모교인 경남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미국 유학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미·소 패권주의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의 데탕트 상대 국가인 소련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것입니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민생경제 사정은 바닥권이었습니다. 소련의 개혁·개방정책과 냉전 종식으로 국가경제 시스템이 중앙계획경제 시스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던 과도기였기 때문에 시장의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멈춰있었습니다.
소련 유학하는 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회가 있어서 한국학 대학에서 원어민 강사로 한국어 강의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르침이 곧 배움이다’라는 성현의 말씀이 매우 실감 났던 기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로 한국의 대기업 진출을 비롯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한국 총영사관 등이 속속 개관하였습니다. 현지 교민회도 결성되었고, 저는 최초로 진출한 유학생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어서 한국방송공사(KBS)의 통신원으로도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돌이켜보면, 모교 경남대학교라는 소중한 인연 덕분에 소련 유학 그리고 교원으로서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내게는 매일매일이 한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한 날의 연속입니다.
정은상(자유전공학부 교수, 경영학과 졸업/통일미래최고위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