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반려 동식물을 가족으로 허(許)하라!
한 30년 교분을 나누고 사는 D 스님이 찾아오셨다. 스님은 어깨가 아파 병원에 오셨다가 내 요즘 놀이터를 방문했다. 만나자마자 대뜸 전자피아노를 마련해야겠다며 이것저것을 물었다. 산사의 스님과 전자피아노가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 여쭤보았더니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 나왔다. 스님은 오래전부터 산사 곳곳에 나무를 심어 꽃이 찾아오는 계절마다 꽃들과 ‘시절 인연’을 즐기시고 있다.
스님 왈, 전자피아노를 마련하여 절 뜨락에 놓아두고 꽃이 피면 꽃들에게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든 피아노를 칠 줄 안다면 그 연주를 듣는 꽃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자주 찾아가는 산사라 그 모습이 그려졌다. 곧 산사에는 수국이 만개할 철이다. 그 수국 앞에서 어린아이든 누구든 피아노 연주를 하면 환하게 웃을 수국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스님은 산사에서의 외로움을, 개를 반려동물로 꽃을 반려식물로 삼아 노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것도 ‘저출산 고령화’란 ‘유령’이 지배하는 세태에서 지혜라면 지혜일 것이다. 이는 나라인들 쉽게 해결하지 못할 문제고, 그런 현실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이 새로운 가족인 사실을 허락해야 한다.
시내에 나가면 아이 대신 반려 개를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유모차에는 아이 대신 반려 개가 앉아 있다. 이 역시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반려동물이 이미 가족의 구성원이듯 반려식물도 가족의 자리를 대신한 지 오래다. 실제로 창원에서도 지난달 27일 성산구 용지문화공원에서 약 4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제4회 창원 반려 동·식물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 축제에서 400㎡ 크기의 반려동물 존에서는 ‘반려동물 명랑운동회’를 가져 반려동물들이 넓은 공간을 아이들인 양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했다. 다른 공간에는 시민들이 다채로운 꽃과 식물의 향을 느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다. 창원시 관계자의 축사에서 ‘창원이 모두의 마음이 연결되는 반려 동식물 친화도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한 말뜻 속에 사실상 인구소멸에 들어간 창원시의 고민이 담겨 있다.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겨야 하는 법이다. 대학의 교양과정에 학생들에게 반려 동식물에 대해 이해하게 하는 강의를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솔로가 트렌드가 되어가는 미래의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미리 가르치는 일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이다. 부모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면 이해하게 되고 함께 나누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법이다.
대학은 큰 배움터다. 오래지 않아 닥칠 모든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지구 열대화로 앞으로 더 극심해질 기후 위기, 저출산 고령화로 찾아올 푸드 사막 등등 미리 대처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말한 이 명구를 스스로 알게 해야 한다. ‘네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