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그 원인을 원·달러 환율에서 찾아보자
지난달 26일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학우들도 즐겨 찾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맥도날드가 5월 2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대표 메뉴인 빅맥의 세트 가격이 당초 6,900원에서 300원 오른 7,2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맥도날드의 이런 조치는 이미 지난해 11월 한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격 인상은 비단 맥도날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에서는 3월 6일에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자주 먹는 사과와 귤, 배 같은 과일도 전년동월대비 각각 71%, 78%, 61%로 상승해 물가가 오른 것이 체감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치솟는 물가의 원인은 무엇일지 알아보았다. / 사회부
지난달인 4월 16일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뉴스와 신문은 이 주제로 떠들썩했다. 당일 하나은행 고시환율 301회차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매매 기준율이 1399.90원이 찍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1,400원의 턱 밑까지 오르자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현재는 약간의 소강상태에 진입했다. 환율이 1,400원이 된 적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 3번 밖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번 상승세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미국의 돈인 달러가 우리나라 경제와 물가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학우도 있을 것이다.
$ 원·달러 환율 그게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일까?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할 때는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지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같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일 때 1,000달러의 물품을 수입하려면 우리는 100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환율이 올라 1달러가 1,500원이 되면 같은 가격의 물품을 수입할 경우 50%나 오른 가격인 15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한민국 산업의 많은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품목은 수입으로 들어오게 된다.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고환율이 더더욱 문제가 된다. 현재 유가도 여러 외적 요인으로 인해 배럴당 85달러 선을 넘나들기에 우리는 고환율과 고유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 된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전기 가격이 올라가면 그냥 전기를 덜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른 전기료는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부담은 기업이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생산 비용에 그대로 반영된다. 올라간 생산 비용은 고스란히 상품의 가격에 적응되므로 소비자인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 미국의 이야기
지금은 IMF 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 시기도 아닌데,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나 오를 이유가 있는 건지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인은 당연하게도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를 지속해서 낮추려고 노력 중이다.
코로나19가 유행이던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이 맞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 때문에 미국의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돈이 너무 많아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0원짜리 빵이 하나 있을 때, 다른 조건은 변화 없이 통화량만 2배로 늘면 빵의 가격 또한 1,000원으로 오른다. 즉 1,000원이면 2개 살 수 있던 빵이 화폐가치가 반으로 떨어져 1개밖에 못 사는 셈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지속해서 인상한 결과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50%이다. 기준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국의 물가도 잡혀 서서히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목표치인 2%대에 다다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물가가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아 물가가 떨어지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는 연방준비제도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렇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문제가 생기자, 시장은 불안감 때문에 다시 환율이 치솟는 현상을 맞이하게 됐다.
$ 대한민국의 이야기
지금의 달러 환율이 높은 이유는 강달러 현상으로,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닌 세계적인 흐름이다. 환율이 올라가는 것이 옛날처럼 우리나라에 꼭 타격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해외에 투자하는 사람과 국내 보유 달러 순자산도 늘어 충격이 적은 탓이 있다. 하지만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가 높아져 부담이 지속해서 커지자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게 문제이다.
대한민국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우리가 금리를 올리는 까닭은 미국이 금리를 올려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니 대한민국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어서다. 이렇게 낮아진 원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덩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인상이 꼭 미국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당시에 많은 지원금을 풀었기에 그 돈을 다시 거둬드리는 목적 또한 있다.
미국에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다. 이곳에서 지난 4월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결과 10연속으로 동결돼 2023년 2월 23일 이후 유지되던 3.50%를 계속해서 가져가게 됐다. 이후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약화 돼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진 게 주요하다고 밝히며 우리나라의 물가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며 동결 이유를 전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제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거나 자신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올바른 소비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슬기롭게 대처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