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걸음새 뜬 소가 천 리를 간다’
갑진년, 한마의 청춘들에게
갑진년(甲辰年) 새해다. 올해는 거창하게 한 해의 꿈을 세우기보다 그대의 하루하루에 충실하길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열심히 걸어가라. 하루하루에 충실해야 일주일이 알차질 수 있다. 그렇게 한 주 한 주씩 주간 단위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위해서 나아간다면 그대의 한 달도 단단해질 것이다. 한 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부터 최선을 다하라.
물론 거대한 목표는 캐치프레이즈로 멀리, 높이, 빛나게 내걸어 놓고 걸어가는 청춘의 길이다. 그대가 원하는 목표가 고시든 임용이든 취업이든 그 목표 지점은 정해져 있다. 그 좌표를 위해 하루하루가 소중한 꿈의 단위이다. 어린 시절 방학책에 나오는 하루의 생활계획서를 촘촘하게 세운 사람들은 아무도 그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실현 가능한 꿈을 정해야 꿈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
그러하여서 한 해의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라고 권하지 않는다. 실천하지 못할 계획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며, 길이 없는 지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맹지(盲地)’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개발이 되지 않은 땅 중에서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땅을 말한다. 곧 맹지란 길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소경과 같은 땅이란 말이다. 꿈의 집을 지을 땅이 맹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춘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하루 단위로, 일주일 단위로, 한 달 단위로 꿈을 세우길 바란다. 일 년 계획을 미리 세우면 반드시 실패한다. 그런 목적을 맹목적(盲目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가르쳤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이와 같은 의미의 말로 ‘걸음새 뜬 소가 천 리를 간다.’가 있다. 소는 걸음이 뜨기는 하여도 꾸준하게 걸어가 천 리를 간다는 말이다.
그렇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 끈기는 꾸준함을 요구한다. 나는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기록하는 습관을 부탁한다. 기록할 것이 없으면 하루 세끼 먹은 것이라도 기록하길 권한다. 뭘 먹었는가도 좋은 기록이다. 누구를 만나서 뭘 먹었다는 것도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록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역사가 되지 못한다. 하루의 꿈도 무엇을 해냈는지를 기록하다 보면 가지 않은 길과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꿈이 한 달 단위면 길의 수정이 가능하다. 즉시즉시 새로운 방법론을 찾을 수 있다. 너무 멀게 잡으면 쉽게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길을 가다 틈틈이 건강을 챙기기도 권한다. 어차피 꿈이든 인생이든 먼 길이다. 먼 길의 동력은 건강이다. 꿈을 잃으면 다시 세우면 되지만, 건강을 잃으면 꿈도 같이 잃고 만다.
갑진년은 용의 해다. 그것도 푸른 용, 청룡(靑龍)의 해다. 푸르다는 것은 청춘의 색깔이다. 청룡은 청춘의 친구가 될 것이다.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푸른색이기에 청춘에 자주 비유된다. 한마(汗馬)의 청춘이여. 2024년을 청룡과 함께 꿈을 향해 걸어가자. 뚜벅뚜벅 걸어가자. 꿈을 향해 걸어가자.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라며 함께, 다 함께 가자.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