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위민해질고(為民解疾苦)
33년 만에 교단에 서고 33년 만에 정년을 하고 이제 남은 33년을 살고 있다.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은퇴 후에 운 좋게도 좋은 직장을 얻었고 내 생에 못 하리라던 기사와 차, 비서와 큼직한 방이 있었지만 즐거움은 잠시였고 이내, 몸에 맞지 않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순풍에 태평양을 갈 때는 모르겠지만 선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할 일이 아닌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잘할 수 있고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섰다.
나는 생각이 많다.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그 문제를 이해하려 한다. 알고 있지만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다. 분명히 정의하거나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리 보면 그간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던 것 같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기초 공부를 더디고 비효율적으로 했다는 생각이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되돌려 준다 해도 사양할 생각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미루고 주저하거나 허비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는 게 무엇일까? 고희(古稀)에 접어들면서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만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라서 도움을 주면 크게 힘을 낼 이웃을 위해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공연을 보니 오랜 시간을 공부한 서생(書生)들이 하산을 할 때가 되어 그간의 감회를 시(詩)로 쓰는데 5언 절구의 시, 기승전결에서 결론인 종장을 맺지 못하고 머리를 싸맨다. 마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서 무얼 어떻게 하고 살지를 정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것 같다.
십년배사숙(十年拜師塾) 수소점성유(雖少漸成儒) 타일공명취(他日功名就) ?(?) 공부가 덜 된 것이다. 하산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느 사이 큰 힘이 벼락같이 종장을 새겨놓고 사라진다. “위민해질고(為民解疾苦)! (자기가 배운 것으로) 만백성을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이것이 바로 졸업생이, 정치인들이, 지도층이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도 없는 재능이지만 많이 기부하려고 한다. 서툰 번역을 해 본다. “10년의 가르침을 받아 비록 깨우쳐 가지만 언젠가 공명(功名)을 이뤄 만백성을 고통에서 구하리라.” 암 그렇고말고!
조기조(디지털마케팅학과 명예교수, 회계학과 졸업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