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무엇이든 커다란 게 좋았다. 큰 목표, 큰 선물, 큰 행복. 이렇게 ‘큰’ 것은 그만큼 기쁘게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했고, 때로는 마음 다치는 일도 생겼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서 처음 나온 말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그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과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그리고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마저 행복이라 표현했다.
그가 내린 행복의 정의는 나와 달랐다. 나는 행복하려면 반드시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렸을 적 탐냈던 세일러문 인형부터 새 옷, 좋은 친구, 많은 돈, 좋은 대학 등 조건이 따랐다. 행복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인의 인정이었다. 타인이 내리는 판단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소확행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남에겐 의미 없을지 몰라도 내가 만족하는 순간에 집중하자.” 생각해 보면 행복은 대단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일상 속 행복했던 순간은 등굣길 버스 안에서 노래를 들을 때였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랜덤 재생으로 설정해 놓은 플레이어의 다음 곡을 마음속으로 ‘이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초 후 마음속으로 정한 노래가 다음 곡으로 나왔다. 그냥 우연의 일치였지만, 그날은 아침부터 행운이 따르는 듯했고 지겨운 등굣길이 잠시나마 즐거웠다.
매주 목요일 우리 동네에는 타코야끼 트럭이 온다. 타코야끼를 먹는 게 나의 일주일에 절대 빠질 수 없는 행복이다. 언제 어디서 푸드 트럭을 만날지 모르니 가슴 속에 삼천 원은 품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타코야끼를 파는 아저씨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단골 손님은 얼마나 많은지, 은근히 자랑하는 말투로 이야기하지만 한 입 먹으면 수긍이 간다. 맛도 맛이지만 ‘벌써 목요일이구나. 곧 주말이네.’라는 생각에 행복할 때도 많다.
또한, 푹신푹신한 새 이불을 덮는 순간과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덩달아 아무 이유 없이 좋을 때 그리고 왠지 타이밍이 좋은 날 등 평범한 내 일상에서 행복을 찾은 순간은 많았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거나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일상에는 행복한 순간이 아주 많다. 행복은 크기 문제가 아니다.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쉽게, 행복하게. 소소하기에 쉽게 여겼던 일상의 가치를 되짚어 보자. 곧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윤은진(국제무역물류학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