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바람과 모래와 별..

2022-11-23     언론출판원

  『인간의 대지』는 1939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앙트완 드 셍텍쥐뻬리의 자전적 소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소설이라기보다 산문형식의 에세이에 가깝다. 생텍쥐뻬리는 자신의 경험만을 작품에 녹여 내는 행동주의 작가로 유명한데 『인간의 대지』 역시 자신의 직업이었던 비행사로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한다. ‘바람과 모래와 별’은 『인간의 대지』의 영문 번역본의 제목이다.

  모든 장치가 불안정했던 초창기의 비행기 항로 개척자로, 항공 우편 조종사로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중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작가는 비행사로서만 체험 가능한 숱한 위험과 난관을 마주했다. 사막에 불시착하여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기도 하고 비행기가 추락하여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도 하며 조난당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이나 원망,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항상 한계 상황에 당당히 맞서고 그 한계를 극복함으로서 삶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 하나하나를 작품을 통해 들려준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들은 모두 정직하다. 화려한 문학적 기교나 장치는 없지만 자신의 진솔한 경험이 녹아 있기에 간결하고 소박한 문장들이 뿜어내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초월적인 삶을 살았고 그러한 모습을 작품 속에서 읽을 수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이 책에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존중이 면면히 깔려 있다.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보다 나은 어른이 되고 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과 사유의 결과가 담겨 있다. 그러기에 작가는 지상에 흩어진 불빛들의 교류를 소망하며 장애에 맞서 싸우면서 스스로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또 아이들과 어른들 안에서 스러져 가는 모짜르트를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나와 무관한 가난 앞에서도 무한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며 동료들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대지』를 읽다 보면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장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그래서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 문장들의 아름다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하는 문장들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 모든 것을 상회하는 인간의 의지와 품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의 섭리 앞에 겸손해지게 한다. 또한 작가의 경험을 통해 지상에서의 삶이 어떻게 초월적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의 생각을 정화시키고 인생에 대해 참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윤영숙(의사소통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