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
마약 청정국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최근 포털을 뜨겁게 만든 사건이 있다. 바로 유명 연예인 A씨의 마약투여 사건이다. A씨는 지난달 26일 강남 역삼동 호텔에서 필로폰 투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A씨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은 30g이었다. 이는 1회 투약량인 0.03의 약 1,000회분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다. 우리나라는 마약을 투여해도 처벌받지 않는 외국과 달리, 체내에 투여 시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 해당 사건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마약 사건이 발생하며 현재 국내 마약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우던 대한민국이 이러한 변화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마약의 위험성은 ‘중독’에 있다. 약물 남용 시 뇌가 파괴되어 도파민양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초기에 느꼈던 자극이 점차 줄기 시작하면 더 큰 쾌락을 즐기기 위해 약물 사용량을 늘린다. 더불어, 마약을 끊기가 어려운 탓에 이는 다른 범죄자에 비해 재복역률이 높다. 2019년의 경우 교정시설 출소자 중 마약류 사범의 재복역률은 48.4%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재범률 또한 매년 30%를 훌쩍 넘고 있다. 이를통해 알 수 있듯이 마약 중독은 자신의 삶을 심각하게 망칠 위험을 가진다.
- 인터넷 발달로 인한 마약의 디지털화
과거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 불릴 만큼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현재는 마약 신흥 시장으로 주목 받을 만큼 변화했다. 이전에는 마약을 ‘브로커’를 통해서 ‘어둠의 경로’를 이용해서 구할 수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SNS가 발달하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 마약을 사고파는 절차가 간소화됐다. 그 덕에 평범한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요즘의 마약 판매상은 텔레그램, 트위터 등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로 접근을 시도한다. 접근에 성공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만들어낸 은어인 ‘작대기’, ‘아이스’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은밀하게 마약 판매가 이뤄진다.
지난 15일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마약 범죄 발생 건수는 8,088건이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6,513건에 비해 19.4%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마약 범죄로검거된 인원은 1만 607명으로 2018년 8,099명에 비해 23.6% 증가했다. 이렇듯 디지털의 발달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며 범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SNS,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광고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며 잠깐의 호기심으로 마약류에 노출되는 사례도 늘었다. 결론적으로, 현재 마약 유통 방식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넓혀졌다.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과,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상의 마약 범죄에 관해 관리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 어린아이들까지? 점점 낮아지는 마약 연령대
요즘은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마약’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생겨나는 추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이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마약의 해로움을 강조하지 않고, 대부분의 콘텐츠에서는 ‘쾌락의 도구’로 사용된다. 이를 접한 청소년들은 마약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일종의 동경심도 생기는 상황이다. 그리고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었다 한들 ‘주의를 하는 것’ 그 자체로 다가오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청소년들에게 연예계는 동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자,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는 마약 논란으로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래서 “연예인도 하니까.”라며 마약을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게 된 탓에, 궁금증과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약류 중독자들의 첫 시작이 단순 호기심이라는 것을 유념한다면 굉장한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다양한 매체로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청소년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마약을 시작한다. 그 중 하나로는 처방으로 사용 가능한 일부 향정신성 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부산 지역 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42명의 청소년들이 ‘펜타닐’ 이라는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판매하고 투약하다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마약성 진통제는 잘못 복용할 경우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정도로 위험한 약품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약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쾌락만 즐기기 위해 복용하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마약 사건을 막기 위해선 하루빨리 마약 예방 교육 도입이 필요하다. 강한 중독성을 띄는 마약류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약물의 의존성이 강해지면 성인이 되었을 때 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마약의 위험성과 인식에 대한 변화를 위해선 학교를 비롯한 교육 기관의 관심이 필요하고, 전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 마약 전담 기구, 마약안전기획관 폐지?
계속해서 마약을 둘러싼 이슈들이 떠오르는 와중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시적 조직인 ‘마약안전기획관’이 존립과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과거에는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내 마약정책과였던 마약안전기획관은 2019년 별도로 분리되어 국장급으로 점점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최근 국내 마약류 관련 사건사고가 빈발하며 마약류전담 조직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구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마약류통합시스템을 통해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약 4억 건에 이르는 취급 내역을 보고받았으나 제대로 된 사후관리 업무는 수행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행정안전부의 조직 평가 결과에 따라 한시적 조직이 아닌 정식 조직 혹은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마약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요즘에 이를 관리하는 기관이 폐지된다면 폐지 후 업무의 공백은 생길 수밖에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고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적으로 많이 낮아지면서 불법 마약류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폐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방도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기에 폐지는 이른 결단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마약은 단순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며, 단순 소지 외에 추가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구체적인 혐의를 특정하여 가중 처벌된다. 만약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을 매매, 알선 등의 거래로 수익 수수 시에도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직 국내에서 취급을 금지하고, 처벌 대상이 되는 마약류는 매우 포괄적이기에 빠른 처벌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번의 호기심이 인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걸 우리는 인지하고 경계해야 한다.
정지인·정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