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희망의 증거가 될 제자를 응원하며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이란 관계에서 온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책에 대하여 물어보면 그것을 함께 한 사람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고등학교 입학 후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 집 근처 작은 서점으로 나를 부르셨다. 선생님은 책 속지에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제자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서진규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책을 홍보하는 문구에 쓰여 있듯이 저자 서진규는 가발공장 여공에서 미국 식모살이를 거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참으로 독한 사람이다. 가난한 엿장수의 딸로 태어나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서진규의 성공 스토리는 통속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신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이 책이 언젠가부터 나의 인생 모토가 되었다. 어쩌면 너무도 식상한 구절구절들이 삶의 고비마다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 힘이 되기도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담긴 자기 계발서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는 성공을 갈망하고 현재의 삶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것 같다. 평범함을 넘어서 녹록치 않은 생의 고비마다 너무도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삶을 보며 내 삶의 안위가 부끄러워지곤 한다. 저자 서진규는 말한다.
나는 무슨 일에 도전하기에 앞서 항상 세 가지 리스트를 작성한다.
첫째,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둘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처음부터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간 사람이 아니다. 지금보다 나은 하루를 위해 도전하고 극한 한계를 만날 때마다 죽을 힘을 다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다보니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그는 하버드 박사가 되었고 정말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매일이 선택의 연속이고 편안한 일상과 불편한 도전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불편한 도전은 우리에게 늘 좋은 결과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저자 서진규의 말처럼 꿈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참 가혹하게 다룬다. 우리는 그 가혹함이 두려워 편안한 일상과 타협하곤 한다.
박사 과정에 들어간 후 막막한 미래 앞에 흔들리는 나에게 은사님은 말씀하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반드시 돕는다. 뜻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길이 있다. 오래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라. 너도 너를 돕지 않는데 하늘이 무슨 수로 너를 돕겠냐. 그러니 뜻을 세우고 너 스스로를 최선을 다해 도와라.” 너무도 식상한 그 명언이 송곳처럼 꽂혀 나를 깨운다. 그리고 나는 꿈꾼다. 나의 꿈과 도전과 노력 역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기를.
김수정(국어교육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