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예고하는 계절, 철이 없다

2022-05-25     언론출판원

  5월부터 여름처럼 무더워질 것이라고 지난 4월에 이미 눈치챘다. 4월 하순에 이팝나무꽃이 서둘러 피는 것을 보면서 5월이 꽤 더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요즘, 5월 하순이 시작되면서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가 나타난다. 한낮에 시내에 나가보니 온몸으로 더운 바람이 훅하고 밀려온다.

  ‘계절의 여왕’이란 5월은 이미 오랜 명성을 상실했다.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어정쩡한 5월이다. 지구온난화로 그레고리력의 열두 달 중에서 5월의 꼴이 제일 엉망이 되어버렸다. 봄옷을 입으면 땀이 차고 여름옷을 입으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일교차가 큰 요즘이다.

  5월에 가뭄으로 날씨가 건조해지면 낮 기온이 매우 크게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때 이른 더위를 겪게 된다. 무학산에서 합포만으로 이어지는 교방천에 물이 마르고 무서운 느낌의 퍼런 물이끼가 교방천을 점령해있다. 바다의 수온도 올라가고 있다. 이 역시 더운 여름을 예고하는 현상이다. 6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5월은 우리 사는 곳곳에 상처 같은 흉터를 남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아카시아꽃 나무가 귀해진 탓도 있겠지만 아카시아꽃을 보지 못하고, 향기를 맡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그랬다. 얼마 전 아카시아꽃이 시들어 말라가는 흔적을 보고 꽃이 피었다 진 것을 알게 되었다. 6월에 향기롭게 피던 아카시아꽃이나 찔레꽃도 5월에 피었다 진다. 5월은 점점 더워지며 6월에 피는 꽃들까지 5월에 다 피워버린다. 5월은 영어로 May라고 한다. May는 헤르메스를 낳은 신이자 성장의 신인 ‘마이아’에서 유래했다. 5월이 이런 ‘성장’이라면 6월에 피는 꽃이 남아있을까 하는 괜한 걱정까지 든다.

  최근에 무더위가 사람의 수면시간을 빼앗아 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세계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연간 44시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원어스에 발표했다. 사람에게 ‘충분한 수면’은 7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한 밤은 세계 평균적으로 11일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상승한 기온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면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온도 1도당 수면 손실은 65세 이상 노령층에서는 2배, 저소득 국가에서는 3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25%나 많았다.
올여름 더울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혹자는 ‘덥지 않은 여름이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름을 두고 보면 5월은 여름의 ‘바로미터’이다. 5월의 날씨에 따라 여름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요즘 5월 날씨를 보면 여름이 무덥고 아주 길 것 같다. ‘슬기로운 여름 생활’을 미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앞의 조사에서 보듯 잠을 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