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간의 CJ대한통운 파업
장기간의 파업 후에도 갈등 여전해
2021년 12월 28일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이 65일 차 되는 날인 2022년 3월 2일에 종료되었다. 지난 7일부터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기로 합의했으나, 파업이 종료된 지 2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비스는 정상화되지 못했다. 서로 파업 종료 전 작성한 합의문을 위반했다며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파업과 양측 입장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인터넷 쇼핑이 대중화된 현대 사회에서 택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중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의 약 5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택배 브랜드 평판을 조사한 결과 CJ대한통운이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이었다. 우체국은 국내 택배 중 유일하게 해외 배송이 가능하며 정확도 99% 이상을 자랑하는 체계적이고 안전하며 확실하게 물품을 배송한다. 배송 속도도 빠르고 분실 사고도 적다. 그러나 배송비가 타 업체보다 높고 30kg 초과 물품은 배송 불가 등 취급 제한 품목이 많아 까다롭다. 이에 비해 CJ대한통운은 모든 물품을 저렴하고 빠르게 배송하며 새벽 배송도 가능하다. 그러나 분실이나 파손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 택배기사의 입장
코로나19의 장기화 영향으로 택배 산업은 크게 발전했다. 소비자가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빠르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상품의 물량, 배송량이 쏟아짐에 따라 택배기사의 일거리는 늘어났다.
국내 택배업계는 보통 주 6일제 근무 형태를 유지해왔다. 일부 지역에서 토요 휴무 시범 사업을 도입한 경우도 있었으나, 아직은 주 6일이 일반적인 근무형태다. 2020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택배기사 업무 여건 및 건강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수기 택배기사의 하루 근무 시간이 14시간 이상이라는 답변이 41.6%로 1위를 차지 했다. 그리고 택배기사의 하루 휴게 시간은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으며, 식사를 보통 차량, 편의점, 서브 터미널에서 해결하는 걸로 확인됐다. 명절 등 성수기에 배송 물량이 급증할 경우 보통 본인이 야간 근무를 통해 부담하며, 대체 인력 고용은 19.4%로 소수에 불과했다. 또, 택배기사 10명 중 1명은 성수기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만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2021년 6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를 수립해 정부에게 대책 마련 방안을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정부와 함께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사회적 합의에는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에 투입하지 않고,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여 업무 강도를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택배기사의 주간 작업 시간을 60시간 이내로 규정했다.
택배기사들의 입장은 크게 ▲전국택배노동조합 (이하 택배노조)에 가입되고 있는 기사 ▲택배노조에 가입되고 있지 않은 비노조 택배기사로 분류된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로 인해 체결된 내용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택배 요금 인상이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상당 부분을 회사의 이윤으로 확보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말 파업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자 지난달 10일부터 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에서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으며, CJ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에서도 집회 및 농성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 유리문이 깨지고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직원이 다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비노조 택배기사는 일거리가 늘어나 힘들지만, 파업은 할 수 없다며 일을 계속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집단이다. 비노조 택배기사들로 이루어진 비노조 택배 연합은 택배노조의 파업 행위와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불법이라 여겨 노조의 즉각적 철수와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지난달 21일에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이번 점거는 노동 운동이 아닌 폭력적이고 시대와 맞지 않는 야만적 행위이고, 이번 결정이 다른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일자리와 택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게 우려한다.”며 택배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지난달 23일 택배노조 파업 중단 촉구 집회를 한데 이어 이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차 집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노조 직원이 비노조 직원을 폭행하는 등 택배노조 직원과 비노조 직원 간의 갈등이 심화 되고 있다.
# 기업의 입장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본사와 대리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택배노조가 12일간 본사 점검으로 인해 하루 10억 원 안팎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에 대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와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0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20% 낮췄다. 이에 분노한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파업 중인 택배 노조원들의 조건 없는 현장 복귀와 택배노조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또,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개별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는 물론,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점연합이 처음부터 계약 해지를 내세운 건 아니다. “파업에 참여한 쟁의권 없는 조합원에게 계약 위반 사항을 알리고 서비스 재개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며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에 따라 계약 해지 및 만료를 통보했다. 소비자들에겐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지역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선 집배 구역을 조정하고 본사에 직접 배송 요구를 하는 등 서비스 강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파업은 3월 2일에 종료된 줄 알았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약 20~30%는 아직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파업은 종료되었으나 부속합의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부속합의서에는 주 6일제와 당일 배송 완료 원칙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택배노조는 업무 형태 개선을 위해 파업 종료 후에도 토요 배송 거부와 일부 상품의 배송 거부 등으로 태업을 벌이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까지 오지 않으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다만 서로 간의 갈등 해결을 꼭 폭력적으로 해야 했을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은 절대 안 된다. 택배노조들은 파업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기업도 적극적으로 택배노조들의 의견을 들어줬어야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 노동자 간의 신뢰가 높아지기를 바란다.
정주희 기자, 송경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