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나의 고전 읽기

2021-11-17     언론출판원

  이른 주말의 아침, 가을이 완연한 안방 창문 앞에 나는 작은 테이블을 펼친다. 이것은 오로지 책에만 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처럼 환경을 먼저 설정해두는 것은 재미를 우선시하는 나를 위한 안전장치이고, 맞춤형 해결책이기도 하다. 오늘은 테이블 하나로 설정을 완료했지만, 보통은 연구실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 나를 가두는 방법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강력한 책 읽기의 ‘환경 설정’은 독서 모임에 가입하는 것이다.

  미루면 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고전 읽기 모임에 참여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숙제처럼 시작했던 책 읽기는 이제 습관이 되었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야>로 시작한 스무 권이 넘는 고전 도서들은 보기만 해도 뿌듯한 책장 뷰(?)를 만들어내고 있다. 매주 대면이나 줌으로 이루어진 독서 후 나눔의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도움이 되었다.

  나의 고전 읽기의 결정적인 변화는 지난 학기부터 교양융합대학에서 개설된 “아레테 고전 읽기”를 통해 <오만과 편견>으로 강좌를 맡으면서 일어났다. 독서는 공부로 바뀌고, 정독과 정리를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성장했고 성숙해졌다. 또렷한 낭독조차 힘들던 초반이 지나자, 리더로서 소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남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이들은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되어갔다.
 
  이번 학기에는 단테의 <신곡>을 같이 읽고 있다.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향하는 단테의 여정을 학생들은 마치 “신과 함께”라는 영화의 장면처럼 이해하고 읽는 것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컴컴한 다락방에서 찾아낸 두꺼운 책에서 하느님과 씨름하는 야곱을 만났고, 홍해를 가르던 모세의 모험담으로 가슴이 터질듯했었다. 그때의 나에게 구약성경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같은 소설책이었듯이, 위대한 대서사시를 재미있는 판타지로 읽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세대에, 종교에 갇혀있는 것일까? 지금 <신곡>을 읽고 있는 학생들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문을 열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익히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고전 읽기를 통해 나의 학생들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마치 작품 <오디세이야>의 끝은 있으나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의 모험은 계속되는 것처럼.

금동지(교양영어교육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