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코로나19가 우리를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그대.’ 가을이 오면 이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긴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난여름의 불볕더위 속에서, 늦게 온 태풍 ‘오마이스’와 모든 것을 젖게 하는 가을장마의 축축함과 저기압의 눅눅함 속에서 나는 푸른 하늘의 가을이 오면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월영 캠퍼스의 찬란한 가을 채광 속에서 눈을 감고 그대에게 길고 긴 안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필통에서 새 연필을 꺼내 다시 깎아 밝은 햇살이 퍼지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같은 사연을 편지지에 빼곡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내는 길을 따라 가을의 음악처럼, 빛나는 서정시처럼 당도하고 싶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은 인류에게 재앙의 해로 붉은 글씨로 남을 것입니다. 세계를 덮친 전염병인 ‘코로나19’에 대한 치료는 국가별로 경제적 차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많은 사람이 흔들리는 것 또한 명백한 현실입니다. 새삼, 뒤늦게, 국력이 ‘백신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최근 정부는 ‘위드 코로나’ 새로운 방역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돌파 감염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대두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검사로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 등을 도입하겠다는 뜻입니다. 위드(with), ‘함께’라는 말처럼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하겠다는 말입니다.
방역보다 위드 코로나를 시도하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건강한 청년에겐 코로나19의 증상은 감기처럼 지나간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캠퍼스 안이나, 강의실까지는 위드 코로나는 허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월영 캠퍼스는 한마 가족이 함께 쓰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우리를 ‘호모 마스크쿠스’라 이름했습니다. 이젠 마스크는 상식이며 예의입니다.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입니다. 그래서 우울하다고 합니다. 답답하다고 합니다.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사색과 사유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은 고독한 길을 걸어봐야 합니다. 청춘이기에 살아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가슴 뛰는 청년이어야 합니다.
그대, 한마의 빛나는 청춘들이여! 우리 시대 원로 천양희 시인께서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참 먼 길이었다./그 길이 나를 견디게 했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머리부터 가슴까지 그 먼 길을 걷거나 뛰고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에 지치지 마시길.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힘든 시간이 나를 단련시키고 있다고! 나를 강철처럼 단련시킨다고!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