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바란다

2020-06-03     언론출판원

  오늘 뉴스에서 뉴욕타임즈 신문의 광고 기사를 보았다. 뉴욕타임즈의 1면을 코로나19로 희생된 천 명의 사람들의 이름과 살아서 했던 일들을 적고 ‘그들이 우리’라고 적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국가를 자처하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군림해오던 미국의 위상은 코로나19 세계 최대 발생 국가라는 이름으로 많이 초라해 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방역과 대처, 국민 의식 등이 세계의 모범으로 칭찬을 받고 있어서 위안이 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기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바로 아프리카 부룬디, 모국에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이렇게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서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잠시 유행하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그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이제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국가에 널리 퍼지고 있다. 그리고 로힝야족이 대피한 곳인 세계 최대 난민 캠프까지 덮쳤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아프리카와 이런 가난한 나라, 열악한 곳들에는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병원과 의료진이 없다. 심지어 진단키트, 마스크조차 구하기 힘들다. 아프리카는 그러지 않아도 여러 어려움들로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해서 모든 것이 귀하고 엄청나게 비싸다. 만약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번진다면 사람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고통받다가 저절로 낫거나 죽을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에는 죽음이 일상적이다. 많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양실조로 죽고 병으로 죽는다. 그리고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죽는다. 나의 부모님은 내전이 일어나서 바로 돌아가시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이 일상적이라고 해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도 안전한 나라의 사람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국가나 사회가 사람들을 지키지 못할 뿐이다.

  한국에 온 지 1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한국인이 되었고 가끔 내가 겪었던 전쟁과 고통이 실제로 내 삶에 일어났던 일인지 아득할 때도 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한국 축구를 열심히 응원하는 두 아들의 아빠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편안하다고 해서 내가 두고 온 곳을 잊지는 못한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너무 잘 알기에 걱정은 더 크다. 난민들이 어떤 지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알기에 이런 뉴스들을 볼 땐 종일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안타깝다.

  우리 정부에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나라인 에티오피아에 마스크를 보냈다는 뉴스를 보았다. 한국 출신의 해외 입양인들에게 마스크와 편지를 보냈다는 뉴스도 보았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나도 아프리카의 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마스크를 사서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마스크 보내기도 할 수 없다. 안타깝다.

  결국 이 문제는 세계인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WHO를 중심으로 세계 보건당국과 정치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에 의료용품을 지원하고 그들이 코로나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방역의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을 돕는 길이고 곧 우리 자신을 돕는 길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여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일반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의 고비를 넘어서 이곳에 뿌리 내린 나는 그 힘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좀 더 성숙하게 세계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나는 문제없더라도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코로나와 싸우는 가난한 나라를 생각하고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이것이 글로벌 시대의 바른 자세이다.

김창원(아프리카 난민출신 마라토너, 경영학과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