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사라진 종이 학보, 잘 지내고 있니?
[월영지] 사라진 종이 학보, 잘 지내고 있니?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8.04.0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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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월 1일. 종이가 없어지고 모니터로 바뀐 날. 아직까지도 잠을 자다가 그 생각을 하면 벌떡 일어나게 되는 날. 감격보다는 후회가, 후회보다는 아쉬움이 사무치는 날. 종이 학보 발행이 정지되고 전자 신문으로 변환된 날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주먹을 꽉 쥐고 유리창을 깨고 싶지만, 아쉽게도 난 그럴 만한 용기가 없다.

  아직도 진상을 모른다. “어쩌다가 전자 학보로 바뀐 거야?”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앵무새처럼 “종이 학보는 학우들이 많이 읽지 않고, 요새는 페이스 북으로 더 많이 보니까!”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한다. 그 말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하도 내 자신을 속여 와서 나조차도 이 말이 진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말을 할 때, 상대방 눈을 마주치지 않고 오른쪽을 보며 말했다. 나는 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종이 학보와의 추억은 짧지만 강렬하다. 비 오는 날, 트럭 뒤에 탑승하여 학보를 배포했던 기억이 있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순간이 되었다. 또한 아직도 내 첫 글이 종이 학보로 실렸을 때를 잊지 못한다. 부모님께 8면의 학보를 팔랑거리며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다. 내가 쓴 기사를 차곡차곡 파일에 담아가며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포트폴리오는 2017년 1월 1일부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제일 미안한 건 후배들이다. 후배들은 우리의 종이 학보 추억을 들으며 멋쩍게 웃기만 한다.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학보를 가지지 못한다. 학보의 퀴퀴한 잉크 냄새를, 자료실에 선배들이 쌓아놓은 학보에 우리가 만든 학보를 더하는 그 느낌을 알지 못한다. 나의 변명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다른 대학 종이 학보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후배들에게 나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난 전자 학보에 순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그냥 툴툴대고만 있진 않은가. 전자 학보는 이게 별로네, 저게 별로네 라며 트집 잡기 바쁜, 입만 댓 발 나온 편집국장은 아닌가. 종이 학보를 알고, 전자 학보를 동시에 알고 있는 마지막 기수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시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전통적인 아날로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조그마한, 하지만 학내 여러 곳에 배치되어 있는 학보의 존재를 알렸던 가판대. 그것을 대신해야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때문에 학보를 볼 수 있는 게시판이 확대되어야 한다. 각 단과대학마다 가판대가 있었던 것처럼, 단과대학 별로 학보 게시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학우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한마관 1층에는 학보가 붙여져야 한다.

  경남대학보사 또한 학보를 알리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 현 체제인 전자 학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학우들에게 알차고 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듯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결합한다면, 학보는 지금보다 더욱 학우들에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1만 3천 명과 함께하는 경남대학보사를 그려 본다. 곧 머지않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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