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한 세상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이것은 자기를 찾는 과정이며 그 길이 쉽지는 않다. 자신이 갇힌 세상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내 삶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에 나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었고 방황했다. 그때 ‘선택은 본인이 하기’, ‘책임지기’, ‘최선을 다하기’를 좌우명으로 정하여 내 삶에 적용시켜 나갔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오면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고민하고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늘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자의적인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 않고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을 계기로 학생들이 인생관이나 좌우명을 하나쯤은 정해서 대학 생활을 주체적으로 해나가길 기대하며 “인생관 생각하기”를 시도하였다.
새내기는 삶에 대한 성찰이나 고민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관을 정립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하여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 일부터 바꿀 계기로 삼은 것이 인생관(좌우명) 생각하기였다. “얇은 공책”, “인생관”, “몸과 마음”, 이 세 가지를 칠판에 적고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얇은 공책 첫 면에 인생관(좌우명)과 그 선택의 이유를 적도록 한다. 학생들은 해당 학기가 끝나기 전에 발표해서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그 내용을 깊이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을 하다 보면 분명 학생들은 내 눈앞에 있는데 반응이 없고 다음에 확인하면 전혀 모르는 눈치를 보일 때가 많았다. 아! 몸은 이 자리에 있는데 마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구나. 그래서 늘 당부한다. “몸과 마음”을 함께! 마음을 다른 곳에 두고 몸만 오지 말기를!
눈 뜬 아침에 공책을 열어 자신이 정한 좌우명을 읽고 그 글과 의미를 새겨본다면 어제와 다른 나의 하루가 시작되지 않을까? 누구나 정해진 삶의 틀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럴 때 본인이 정한 좌우명을 보면서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킨다면 어떨까? “몸과 마음”이 함께한다면 분명 변화는 있지 않을까?
조미옥(의사소통교육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