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번개시장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번개시장
  • 박예빈 기자
  • 승인 2019.11.20 1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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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내디디면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온다. “빵 9개 오천 원에 가져가이소~”, “아지매~ 우리 가게 배추가 제일로 쌉니더!” 새벽을 깨우는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조금이라도 많이 팔고자 하는 마음과 같다. 매주 일요일은 일반 도로가 북적이는 시장으로 변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달콤한 주말의 단잠을 포기해야만 볼 수 있는 신마산 새벽시장(일명 번개시장)의 모습을 담았다. / 문화부

  시장에서 대형마트, 그리고 온라인배송 서비스까지 우리나라 쇼핑 방법은 점점 발전한다. 시간이 흘러 사라져야 하지만 신마산 번개시장은 독립적인 댓거리의 전통시장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번개시장만이 가진 매력을 살펴보자.

* 활기찬 아침을 깨우다

  매주 일요일 새벽, 신마산 시장 앞은 번개처럼 장이 열린다.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다. 단 4시간 동안 반짝이다가 순식간에 다시 일반 도로가 되기에 번개시장이라고 불린다. 대부분 물건은 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손님들에게 팔린다.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각종 특산물, 반찬과 잡화, 옷 등 없는 게 없다. 이곳은 시장의 강점인 저렴한 가격은 물론, 주변 지역의 특산물이 다 모인 점이 큰 매력 포인트다. 하물며 반짝 열리는 시간과 비교되는 다양한 물건은 종합전통시장을 방불케 한다. 마감 시간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면 상인들은 가져온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급하게 세일을 한다. 이용객들은 이때를 잘 노리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살 수 있다.

  제한된 시간 탓에 인파가 몰리는 점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함은 없을까? 한 중년 남성은 시장을 이용하기 위해 아침 8시에 나왔다. “사람 사는 것 같고 너무 좋아요. 아내와 걸으면서 구경하려고 오기도 해요.” 그는 사람 냄새나는 시장 그 자체를 즐겼다. 하지만, 시장이 열린 거리를 지나가야 하는 몇몇 시민에게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출근해야 하는데 차로는 못 가고, 그렇다고 걸어가도 사람이 많으니까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해서 불편해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장이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불편한 점이 있는 건 확실했다.

  번개시장은 롯데마트 주변의 신마산 시장길과 그 앞 해안대로까지 이어져 규모가 꽤 크다. 시장이 운영되는 시간 동안 차량을 통제하지만, 오전 10시가 되면 창원시에서 교통정리를 시작하며 도로의 본 기능을 찾는다. 차량 통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은 다소 있지만, 꾸준한 이용률을 자랑한다. 정해진 주차 시설이 없기에, 차를 가지고 장을 보러 온 사람 대부분 마산합포도서관과 마산보건소가 있는 월영북로를 이용한다.

* 번개시장 속 상인들의 이야기

  상인들은 부산, 북면, 김해, 진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번개시장을 찾는다. 그 중에는 번개시장과 비슷한 시작을 하여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인도 많았다. 한 상인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번개시장에서 물건을 팔아왔다. 젊은 시절 시작한 장사가 노년까지 이어져 온 셈이다. 그녀는 시장의 역사를 눈앞에서 보고 변화를 겪은 세월의 주인공이었다.

  물건을 많이 팔아야 이윤이 남는 상인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시장은 최적의 자리 선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매주 찾는 손님이 헷갈리지 않도록 같은 장소를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이유로 상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물건을 늘어놓고 자리를 맡는다. 자리 선점 때문인지 새벽 한 시부터 자리를 지키는 상인도 보였다.

  치열한 자리 경쟁에서 이겼다고 번개시장 장사의 승자는 아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가져온 물건을 팔지 못하면 이른 시간에 나온 의미가 없다. 그들은 손님들이 혹하는 물건의 특징을 살리고 싼 가격으로 한 번 더 흥정한다. 이용객들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곳도 등장한다. 그 자리에서 만드는 죽, 연기가 폴폴 나는 어묵꼬치, 바삭한 강정 등은 손님들의 후각과 식욕을 자극한다. 그 음식들은 번개시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라도 반드시 사는 음식으로 꼽힌다.

  양손에 봉지를 들고 걸어 다녀도 번개시장의 매력을 모두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다. 걷다가 지친 몸을 쉬어갈 곳도 필요하다. 번개시장을 찾는 단골들은 중간에 콩국을 먹어주어야 한다고 입 모아 이야기한다. 콩국은 번개시장이 열리는 골목길에 자리한 상점이다. 신마산 시장 반찬가게, 커피숍 등 주변 상점도 일요일은 번개시장 시간에 맞춰서 이른 장사를 시작한다. 매주 모이는 손님들은 주변 상점의 매출을 올리고 웃음 짓게 만든다.

* 시장을 이용하는 우리는

  이용객들은 새벽잠을 포기하고 각자의 목적을 지닌 채 번개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에는 식자재, 값이 싼 음식, 생필품 등 다양한 목적이 가득하다. 수레를 이끌고 일주일 치 식자재를 다 사는 사람과 조금씩 사는 사람 등이 거리를 채운다. 그중 그저 뒷짐을 지고 걷는 몇몇 사람도 보인다. 이처럼 새벽마다 풍기는 사람 냄새를 느끼고 싶어서 나오는 경우도 빈번했다.

  요즘은 사진을 보고 간편한 터치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찾는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는 순간 수명을 다하는 것이 시장이다. 하지만 번개시장은 거리를 걷는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고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 점은 번개시장이 가진 위태로운 부분이다. 언젠가 끊길 수 있는 방문이었고 끊기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질 운명일지도 몰랐다.

  번개시장은 일요일이 되면 수레를 끌고 향하는 주민들과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해진다. 깜깜한 새벽부터 햇볕이 내리쬐는 아침까지 장사하는 상인들은 사라져가는 정을 느끼게 해준다. 번개시장은 손님과 상인들의 약속이다. 오랜 시간 이어온 약속이 이용하지 않아 사라진다면 그것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다. 이번 주 일요일은 무언가 를 사야 한다는 의무가 아닌 가벼운 마음의 구경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운 겨울에도 뜨끈한 정이 가득한 번개시장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박예빈 기자 png9871@naver.com
이아름 기자 kupress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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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11-26 17:19:08
기자님들의 기사 항상 즐겁게 읽습니다. 이번 PDF 판도 새롭고 기사내용도 정말 좋네요. 기사 내용처럼 요즘 쇼핑방법이 발전하고 20대들은 시장으로 발길이 가지 않죠. 시장만이 느낄 수 있는 정과 매력으로 소개해줌으로써 학우들의 발길이 시장으로 조금은 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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