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꿈을 잃어버렸다
[월영지] 꿈을 잃어버렸다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11.20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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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는 많은 꿈을 꿔왔다. 부모님, 운동선수, 작가, 경찰, 가수, 과학자, 그리고 대통령까지. 실현 가능해 보이는 꿈이 있는가 하면 허무맹랑해 보이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정말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학교가 바뀔 때쯤 우리는 현실이란 장벽에 부딪힌다.

  성적에 따라 개인이 꾸는 꿈의 스펙트럼은 달라졌고 그 직업의 미래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따져가며 여러 개였던 꿈은 점차 하나씩 지워져 갔다. ‘이 직업은 너무 공부가 힘드니까’, ‘이 직업은 내 성적으론 불가능해’, ‘이 직업은 돈을 많이 벌 수 없어’, ‘이 직업은 정년이 짧아’ 온갖 이유로 우리는 꿈을 잃어버렸다.

  어릴 때는 꿈이 너무 많아서 고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꿈이 없어서 고를 수가 없다. 분명 꿈만 생각해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꿈조차 스트레스이자 압박으로 다가왔다. 현재 사회는 우리에게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꿈꿀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 입시 시절, 대부분의 선생님은 적성, 흥미를 강조하더니 막상 원서 접수 기간이 되자 성적에 맞춰 높은 대학을 권유했다. 적성, 흥미 모두 허울 좋은 말에 불과했다. 그저 학교 위상을 올려줄 유명한 대학에 하나라도 더 보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와중 동아리 담당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너는 공부가 수단이야, 목적이야?” 공부를 수단으로 삼을 게 아니라 목적으로 삼으란 얘기에 나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꿈을 좇았다. 나는 이 일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평생 공부해야 하고 전망까지 잘 알 수 없어도 스스로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렇듯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들의 절실한 꿈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이들을 대단하다 여기고 응원해줘야 한다. 조금만 의견을 굽히고 포기하면 쉽게 갈 수 있지만 열매를 얻기 위해 고난을 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어른들은 이들의 절실함을 돈벌이로 이용해버렸다. 최근 사실로 밝혀진 프로듀스 조작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어릴 때부터 친구, 가족, 맛있는 음식, 시간 등을 포기해가며 가수란 꿈을 꾸던 아이들에게 프로듀스 오디션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오디션이었다. 공정하리라 믿었지만 투표 결과는 돈과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모두가 우스워진 셈이다.

  10년 전 초등학생들과 현재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표를 비교하면 꽤 놀라운 결과가 보인다. 10년 전에는 다양한 꿈이 있었지만 현재는 유튜버, 공무원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이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런 직업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직업인지 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인지 묻고 싶다. 공부가 수단이 되고 꿈을 잃으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공부가 목적인 삶,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게 되어야 행복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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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12-03 14:10:44
기자님의 기사를 읽고 현타왔습니다. ㅠㅠ 제가 초등학생 때만해도 대통령, 화가, 과학자 등 미래의 안정성과 연봉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했는데요. 요즘들어 생각해보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 자신의 적성과 흥미보다는 미래의 안정성과 연봉을 생각해 선택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생각과 공감을 얻어가는 기사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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