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82년생 김지영
논란이 된 82년생 김지영
  • 박예빈 기자
  • 승인 2019.11.08 12: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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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시선
출처: 봄바람영화사/롯데엔터테인먼트
출처: 봄바람영화사/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영화계에는 여성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가 많이 개봉한다. 기존 영화의 남성 주인공 역할에 여성을 투입한 ‘젠더 스와프’ 영화도 등장했다. 그러나 마냥 좋은 반응만 나오는 건 아니다. 일부 남성들은 영화 내용을 부정하며 출연 배우들에게 조롱과 독설이 담긴 악플을 남긴다. 그러던 와중 문제의 화제작인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개봉됐다. 이 영화는 다들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과 활동을 우리 대학 학우들을 통해 알아보자. / 문화부

  최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화제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정유미와 공유의 출연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직접 영화를 보러 갔을 때 한 중년 남성이 영화 내용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처럼 공감을 하는 남성도 있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이른바 ‘평점 테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에 비해 여성들은 영혼 보내기 운동을 하면서까지 지지한다.

* 평점 테러와 영혼 보내기의 연속

  ‘82년생 김지영’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인공 김지영이 남편과 딸을 돌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 가끔 다른 사람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원작 소설보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김지영’에 대한 인물들의 관계이다. 원작에서는 다소 평면적이고 무심하게 심리적 거리감을 보이던 인물들이 영화에서는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진 채 김지영과 어울린다. 이에 감독은 “김지영 옆에 있는 사람들이 평면적이면 지영이의 얘기가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요즘 ‘걸캅스’, ‘캡틴 마블’ 등 여성 중심영화가 많이 개봉된다. 여성 중심영화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남성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고 평점 0점을 주는 ‘평점 테러’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에는 평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나, 평점 테러를 당한 영화는 10점과 0점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평점 테러 현상이 보인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매우 낮은 점수, 여성은 높은 점수를 부여해 눈에 띈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과 대비되게 여성들 사이에선 ‘영혼 보내기’가 한창이다. ‘시간이 없어서 보진 못하지만 영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으로 영화표를 구매하고 보러 가지 않거나, SNS에서 양도한다. 또한, 이미 영화를 봤음에도 여러 장의 영화표를 재구매하여 영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영혼 보내기’는 상영관을 더 확보하고 상영 횟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운동은 여성 관객끼리의 후원이자 연대 운동이다.

* 페미니즘이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정치적, 사회적 운동이면서 이념에 속한다. 여성이 정치, 사회제도에서 받는 억압과 불평등한 관계에서 침해받는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하기를 목적으로 한다. 단어에 여성이 들어간 만큼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는 여성을 보호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여 남성을 짓밟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위치를 추구한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개념이지만, 확실히 우리에게 각인된 시기는 2016부터 2018년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 혐오가 화제 되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용기 있는 미투 운동이 줄지었다. 그 시기 많은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받는 부당함과 피해를 외쳤다. 그리고 사회를 바꾸려는 다양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페미니즘이 퍼지고 실천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잘못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워마드’를 들 수 있다. 워마드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남성을 혐오하는 글이 넘친다. 최악의 예로 세상에 모든 남성이 없어지고 여성만 남아야 한다는 글도 보였다. 그들은 남성을 ‘한남’이라고 규정하며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는 주장을 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기초로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행동이 모여 페미니스트는 테러리스트라는 말과 남성혐오라는 꼬리표까지 생겨났다.

* 올바른 행동으로 완성되어가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여기에 관심을 두고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깊이 알면 혼란스럽고 주위의 눈치에 실천은 더 어렵기만 하다. 우리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깊이 알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학우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집단을 이뤘다. 그들이 만든 행페(행동하는 페미니즘)라는 모임. 그곳에서 활동하는 오주영(사회복지학과·3), 신나라(식품영양생명학부·2) 학우를 만나보았다.

  2017년도 2학기에 행페는 만들어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학우가 행페를 동아리라고 생각하지만 행페는 소모임이다. 물론 동아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소모임으로 남는 건 아니다. “사실 작년에 동아리 신청을 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져서 등록되지 못했어요.” 정해진 장소가 없어서 공강 시간에 카페와 스터디룸에서 전전긍긍하는 회원들을 보면 동아리 등록은 절실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제가 정의를 해버리면 다른 페미니즘에 편견이 생겨버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어요.” 그들은 페미니즘을 신중히 바라 보았다. 자신에게 맞는 페미니즘만 받아들이고 고집하지 않았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하나씩 배워가는게 그들이 지키는 규칙 중 하나다. 자신이 내린 정의에 맞춰서 공부하는 건 그들이 추구하는 페미니즘 활동이 아니었다.

  우리 대학에서 행페로 활동하는 일은 어렵기만 했다.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는 글을 에브리타임에 올리기만 해도 무시, 비난, 조롱 등의 댓글이 달린다. 무섭고 힘든 활동이지만 그들은 용기 내서 앞장섰다. 조금이라도 학우들의 인식을 바꿔보고자 직접 월간지를 제작하고 게시판에 부착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행페는 페미니즘과 학우들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가 달라서 생긴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지금. 페미니즘이 화제가 될 때마다 여성과 남성이 나뉘어 설전을 벌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으로 누군가는 영혼을 보내고 누군가는 평점 테러를 하는 등 예견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 싸우고 서로를 헐뜯기 위해 나온 개념이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미래를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일 뿐이다.

박예빈·추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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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사회부장 2019-11-08 17:28:51
박예빈 기자...
읽고나서 감동먹고 울뻔했습니다..ㅠㅠ
그동안 페미니즘의 본질과 원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충격 받고 실망해왔는데, 이번에 페미니즘에 관한 조사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기사네요~!!
실제로 요즘 미국에서 적지않게 일어나는 페미니즘 폭력시위, 페미니즘 갑질만 봐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이 시기에 이런 보배 같은 생각과 이해가 담긴 글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기사 열심히 써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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