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나무 아래에서 가장 빛나게 웃다
벚꽃 나무 아래에서 가장 빛나게 웃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10.10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저마다 다른 경험을 펼쳐놓을 것이다. 누군가는 대학교 합격 통지를 받은 순간을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첫사랑에게 고백했던 순간을 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순간보다 3년 전 벚꽃이 만개했던 봄의 어느 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나의 마음은 변화하였고, 이 날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현재의 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내성적이고 나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기도 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점 더 내향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갔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주목을 받게 되는 상황이나 나의 의견을 전하는 상황을 피하거나 꺼려할 만큼 나는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랬기에 나의 의견조차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또 사진 속의 내가 나 자체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온갖 이유를 들어 사진 찍는 것을 피해왔었다. 그래서인지 자라면서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다. 이런 성격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만나게 된 친구는 정말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친구였다. 외향적이고, 그 누구보다 당당하며 자신감 넘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주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와 나는 기숙사 생활로 인해 일주일 중 집으로 가는 주말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함께했었다. 어느 날은 사감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한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친구에게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친구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내가 무언가를 주도할 수 있도록,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다. 친구는 내가 발표를 해야 하는 순간이 되거나,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준비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도와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연극도 그 친구가 옆에 있어 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또 나는 그 친구 덕분에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순간에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해갔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점심을 먹고 학교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함께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챙겨온 카메라를 친구가 꺼내 들었다.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포즈를 취해 보라는 친구의 말에 벚꽃 나무 아래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친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날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고 해가 쨍쨍한 날씨였는데, 내 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 내 친구 ‘구름이’ 덕분인지 왠지 모를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구름이와 함께 한다면 나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던 나를 구름이는 사진으로 소중하게 남겨주었다. 구름이가 찍은 사진 속에 담긴 나를 보는데 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사진 속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그 중 내가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영화에 나올 법한 특별한 순간은 아니다. 하지만, 이 친구 ‘구름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아직까지도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되고 난 후, 모든 순간 속에서 내가 늘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 준 시작점의 날. 그리고 그 시작점을 가르쳐 준 친구와 함께한 어느 봄날의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소중한 순간 속에 새로운 내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변화를 위해 한 발짝 내딛을 준비를 하며 존재하고 있던 내가 가장 빛났다고 생각한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그 짧은 순간이 인생에서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이다.

김민정(국어교육과·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