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계절 탄다는 말
[월영지] 계절 탄다는 말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10.1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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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계절이 바뀔 때면 ‘봄 탄다’, ‘가을 탄다’처럼 계절 탄다는 말을 듣는다. 계절 탄다는 말, 계절이나 기후, 날씨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소리다. 대체로 감각에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계절을 타곤 한다.

  계절 타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입맛이 없어지거나 몸이 나른해지고 파리해지는가 하면 마음을 안정치 못하고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이파리가 떨어지고 구르는 모습에 괜스레 눈물이 나는가 하면 별거 아닌 일에도 웃음이 난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허하며 감정 기복이 유독 심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주로 봄과 가을에 느껴진다. 아마 다들 여름과 겨울을 탄다는 말은 잘 못 들어봤을 테다. 왜 우리는 봄과 가을에 특히 계절을 타게 될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시간이 제일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상 봄인 3, 4월과 가을인 9, 10월. 우리는 이 시기에 시작과 아쉬움을 동시에 겪는다. 올해와 한 학기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작년과 저번 학기가 끝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초나 학기 초가 되면 우리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작년과 저번 학기와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계획도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오래 가면 한 달 정도 그 계획을 지키고 지쳐서 포기하고 만다. 이내 스스로 계획을 못 지키는 이유를 대며 합리화하고 계획을 까먹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계획표가 보이면 자괴감이 느껴진다. 계획은 많았지만 정작 이룬 일은 거의 없는 그런 계절이 바로 봄과 가을이다. 3월과 9월은 열의로 가득 차 있지만 4월과 10월은 전혀 그렇지 않은 감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대학생들은 4월과 10월에 시험을 치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반되는 감정에서 우리는 계절에 쉽게 빠져버린다. 그리고 허우적대며 오랜 시간을 그곳에 잠겨있다. 그러면 매년 환절기에 감기 앓듯이 돌아오는 계절을 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욕심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많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사소해도 꾸준히 지킬 수 있는 그런 계획으로 시작하면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는 충분히 벗어나진다.

  감각에 예민해서 쉽게 계절에 동화되기도 하고 옆구리가 시려서 혹은 많은 인간관계 사이에 지쳐서 등 위의 이유 외에도 계절 타는 원인은 다양하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은 딱히 방법은 없지만 외롭다면 애인이나 친구를 사귀고 인간관계에 지쳤다면 조금씩 단호하게 끊어내 보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가끔 센치한 기분에 빠지고 싶어서 계절을 이용하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계절에 빠져 허한 마음을 이어가는 게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싶고 다양한 감정을 가끔 표출하고 싶어 계절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라면 꼭 계절 탄다는 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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