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재미 속에 숨겨진 어둠을 파헤치다
커뮤니티, 재미 속에 숨겨진 어둠을 파헤치다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8.03.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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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타임'의 우리 대학이다. 전공 책 공유 및 학우들간의 자유로운 얘기가 눈에 띈다.
'에브리타임'의 우리 대학이다. 전공 책 공유 및 학우들간의 자유로운 얘기가 눈에 띈다.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 및 지역사회 등을 나타내는 말. 쉽게 말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커뮤니티 앞에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뜻은 재해석이 된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결속력이 인터넷 밖 공동체만큼 튼튼하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실상을 알아본다. / 사회부

 

*인터넷 커뮤니티, 그게 뭔데?

  천육백만 명.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 수다. 서울시 인구가 구백만 명인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수많은 광고가 게시되어 있다. 심지어 사업자 정보도 등록되어 있다. 이쯤 되면 건물 없는 회사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커뮤니티는 크게 성별로 나눌 수 있다. 한 커뮤니티는 여성이 많은 카페다. 백칠십만 명으로 앞의 커뮤니티보다 회원 수는 다소 적지만, 하루 동안 새로운 글이 몇 십 만개가 올라올 정도로 회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올라오는 게시글 또한 유용한 정보로 가득하다. 각종 할인 정보, 다이어트 후기, 나만의 요리 레시피 등 여성들의 관심을 끄는 정보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남성 커뮤니티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게임, 스포츠 등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성별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가수, 배우를 응원하기 위한 팬 카페나 게임, 만화 등을 같이 즐기기 위해 모이기도 한다.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기에 자연스레 활동이 활발해진다.

  어떻게 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비슷하게 보인다. 하지만 둘은 차이점이 있다. 커뮤니티는 그룹을 중심으로 사회가 형성이 되지만, SNS는 개인이 중심이 되어 다른 개인과 관계를 맺고 이러한 개개인의 관계가 모여 축적됨으로서 더 큰 사회를 형성하는 구조를 가진다. 쉽게 말하자면 카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커뮤니티 사이트는 계층화된 회원제로 운영된 닫힌 구조였고 게시판을 중심으로 운영이 된다. 정보는 게시판에만 존재하며 사용자는 그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지 않거나 사이트에 접속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 기본 전제이다. 반면 SNS의 경우 계정만 있다면 누구나 평등한 조건을 가진 열린 구조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심이 되어 운영된다. 이 관계를 통해 정보가 흐르며 누구든 자유롭게 정보를 선택하여 열람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별 커뮤니티도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에브리타임’이다. 각 대학별로 나눠져 있는 이 커뮤니티는 학교 인증 등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걸치기 때문에 대학마다의 비밀이 보장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에서는 우리 대학의 교재, 학우들 간의 고민 상담이 이루어지는 게시글을 볼 수 있다.

  우리 대학 학우들의 커뮤니티 활동 또한 활발하다. 경남대학보사에서 ‘우리 대학 커뮤니티 이용 실태’로 일주일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fow, 뽐뿌, 웃긴 대학, 쭉빵 카페, 에타, 팬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나왔다. 학우들은 커뮤니티를 하는 이유로 ‘재밌는 사진과 유용한 정보가 많다’, ‘심심할 때 보기 좋다’, ‘다양성을 추구해서 좋다’ 등 커뮤니티의 장점을 꼽았다. 이처럼 커뮤니티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커뮤니티, 가려진 얼굴의 그림자를 말하다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최근, 커뮤니티가 사람들에게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심지어 특정 커뮤니티는 사람들에게 혐오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명 시사 프로그램에도 나온 일간 베스트 저장소, ‘일베’가 그 주인공이다. 정확한 회원 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2015년 4월 모바일 접속자 수가 173만 명을 도달할 정도로 인기 커뮤니티였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 동시에, 악명 높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단식농성장 앞에서 일부러 먹거리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피자, 치킨 등을 단식 중인 유가족과 시민 앞에서 먹으며 장난스럽게 음식을 먹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중단을 요구하자 오히려 일베 회원들은 “공원에서 음식을 먹는 게 무슨 잘못이냐”며 대꾸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 5.18 희생자들의 비하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모욕 등을 일삼는 등 ‘악명 커뮤니티’의 자리로 올라오기까진 충분했다. 그중에서 한 회원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면 ‘선비’라며 조롱하고 배제시키는 등 철저히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또 다른 스포츠 카페는 한 여학생과의 성관계 이야기를 하며 해당 여학생 사진을 회원들에게 공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연예인의 성희롱 댓글이나 음란한 사진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더 이상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그들의 행보는 퍼져가고 있다.

  남성 커뮤니티뿐 아니라 최근 회자되고 있는 ‘워마드’도 악명 커뮤니티에 동참했다. 호주에 살고 있는 남자 어린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 피해 어린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버젓이 커뮤니티에 올리는 등, 용서 받지 못할 짓을 꾸몄다. 하지만 이 일은 모두 거짓이었다. 실제 성추행을 한 게 아니라 성추행한 것처럼 누군가 지어낸 글이었다. 동영상과 사진 모두 한 코미디 영상에서 퍼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이런 행각을 벌였다는 자체가 상식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커뮤니티, 이제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차례

  작년, 세상이 떠들썩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이 기억나는가. 범인과 공범 또한 커뮤니티에서 만났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그 커뮤니티는 위의 커뮤니티처럼 흉악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에 소속된 회원들은 ‘유난히 그 두 사람만 이상했다’고 설명하며 해명했다. 이처럼 모든 커뮤니티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학우들 또한 설문조사에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인터넷 문화를 흐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다. 특히 인터넷은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더 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서 뜬금없이 성희롱 파문이 생기고,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건 일부 사람들의 만행 이었다.

  또한 익명의 학우는 ‘관점이 너무 많으니 나만의 뚜렷한 주관이 없으면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첫 댓글의 중요성’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연령층이 낮은 커뮤니티일수록 심각성이 더했다. 같은 게시 글이라도 댓글을 단 첫 번째 회원이 어떻게 의견을 남겼냐에 따라 그 글은 완전히 평가가 달라졌다. 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더 중요시하여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SNS의 시대가 저물고 커뮤니티의 해가 밝아오고 있다. 하지만 그 발전의 속도만큼 이용자들의 의식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학우들은 ‘하는 건 상관없는데 안 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몇몇 쓰레기 집단이 있다’ 등 커뮤니티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 글에 나열된 커뮤니티만 본다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악질 커뮤니티는 분명 소수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다. 커뮤니티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가진 양의 얼굴과, 그 얼굴을 이용해 나쁜 짓을 꾸미는 음의 얼굴. 어떤 얼굴을 가질지는 이용자의 몫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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