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6.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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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an Belt’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피 벨트, 커피콩 벨트라는 뜻입니다. 커피 벨트는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위도 범위를 말합니다. 남북으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입니다. 북위 25도에서 남위 25도 사이인 이 지역은 기후와 토양이 커피 재배에 좋습니다. 지역 평균기온은 약 20℃, 연간 강우량은 1,500~1,600mm로 커피 농사에 좋습니다.

  십수 년 전에 동티모르 고산지대에 커피 농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전 세계 고급 커피의 주종인 ‘아라비카’종이었습니다. 저는 그 현장에서 좋은 커피 열매를 얻기 위해서 커피나무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키가 큰 그림자나무, ‘셰이드 트리’(Shade Thee)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셰이드 트리는 커피나무에 내리쬐는 햇볕을 가려주는 파라솔 같은 나무였습니다.

  커피는 적도 부근의 뜨거운 땅에 신이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 그 선물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이글거리는 햇볕도 중요하지만 그늘도 필요했습니다. 빛과 그늘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빛만 있다면, 그늘만 있다면 불가한 명품 커피는 셰이드 트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널리 회자되고 있는 비유인데, 네 잎 크로버는 행운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토끼풀밭에서 네 잎 크로버를 찾습니다. 행운만 찾다 보면 세 잎 크로버는 행복의 상징인데 행운을 잃는다고 경고합니다. 행운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행복해야 행운도 찾아오는 법입니다. 행복도 행운도 한 몸이지 다른 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불가에 ‘불이’(不二)라는 말이 있습니다. 둘이 아니라는 말속에 우리가 둘로 나누는 것은 실제로는 하나라는 뜻입니다. 불가에서는 둘로 나누는 것을 경계합니다. 근본은 하나인데 둘로 나누는 사람들의 욕망이 큰 문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눈물에는 슬픔이 있지만 기쁨의 눈물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증오를 나타내는 말 ‘애증’ 역시 그 둘이 한 몸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인데 둘로 나누는 이분법은 위험합니다. 둘로 나누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고질병입니다. 정치는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일인데 이분, 삼분, 사분 끝없이 쪼개고 있습니다. 언론은 같은 문제를 두고 아전인수식의 저마다 다른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정치와 뉴스가 없는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으로 가서 살고 싶습니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는 사라져야 합니다. 독자를 현혹시키는 언론은 도태되어야 합니다. 대학을 두고 봐도 대학 안에서는 교직원과 학생은 하나입니다. 한 가족입니다. 교직원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은 그 최선의 힘을 얻어 자신의 길을 개척합니다. 학생의 성취는 곧 대학의 발전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染淨不二陰陽一如(염정불이음양일여)/因果不二道始道終(인과불이도시도종). 풀이하자면 ‘더러움과 깨끗함은 다름이 아니며, 차갑고 뜨거움 역시 다르지 않다./원인과 결과는 다르지 않고, 길의 시작이 곧 길의 끝과 같구나.’ 그렇습니다. 정쟁으로 시끄러운 나라, 그래도 우리는 하나입니다.

시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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