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추억들을 떠올리며...
반짝이는 추억들을 떠올리며...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6.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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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존재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상상, 기억, 꿈 그리고 추억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 등을 사랑하기도 하고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사랑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의 영역과 폭도 넓고 깊어서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다. 나도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많은 별처럼 내가 사랑하고 있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 가운데서도 나는 추억이 담긴 것을 가장 사랑한다. 그것들은 내게는 너무나도 특별해서 눈으로 볼 때나 그 추억을 되돌아볼 때마다 마치 내 마음은 보석상 자를 열어보는 것처럼 두근거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나의 추억이 담긴 사랑하는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토끼 인형을 사랑한다. 정확히 몇 살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 받은 이 인형은 나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나와 함께 있어 주었다. 바람이 불고 무서운 밤에도 엄마처럼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동생과 인형놀이를 할 때면 주인공은 언제나 이 토끼 인형이 차지했다. 그렇다고 예쁜 모양새를 갖춘 토끼 인형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토끼 인형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내게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토끼인형이었다. 토끼 인형의 이름은 참 많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인형인 만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어서 예쁜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촌 동생이 태어나서 인형을 물려주어야 할 때도 나는 단호하게도 토끼인형만은 지켜냈다. 그래서 지금도 내 방에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 추억과 비밀을 간직한 토끼인형이 있다.

  둘째,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벚나무를 사랑한다. 이 벚나무는 보통의 벚나무보다 개화가 2~3주 정도 느렸다. 어렸을 때부터 이 벚나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엄마는 왜 이 벚나무가 늦게 꽃을 피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엄마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늦게 피는 것”이라고 하거나 “다른 나무들의 시샘 때문에 뒤늦게 핀 것”이라는 등 내용이 매번 달랐다. 그 이야기들은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꽃잎들이 모두 져서 푸릇푸릇한 나무들 가운데 홀로 아름답게 꽃을 피운 그 나무는 엄마의 이야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나는 동생과 함께 학원에서 오는 길에 나무가 보이면 우리끼리 이야기를 지어내 보기도 하고, 이야기에 맞춰 움직이는 그림같이 상상해 보기도 했다.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 시절 나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벚나무였다.

  셋째,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탔던 그네를 사랑한다. 이 그네는 한쪽은 체인으로만 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앉는 부분은 타이어로 된 낡은 그네이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우리 동네 한쪽 귀퉁이에 매여져 있었다. 낡은 그네이기 때문인지 당시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내 전용 그네나 다름없었다.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실 때면 항상 나와 같이 가서 그네를 탔다. 할머니께서는 나를 그네에 앉혀서 밀어주셨고, 간혹 내가 할머니를 밀어드리기도 했다. 그때, 할머니께서 밀어주는 그네를 타면서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할머니의 미소도 햇살처럼 빛이 났다. 그 그네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철거되어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나는 그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해맑게 웃고 있던 나와 할머니를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반짝이는 나의 추억을 담은 것들이다. 이제 나와 이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공유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지나온 시간만큼 나는 추억과 함께 성장해 왔으며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생활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지만 막상 추억을 떠올리면 마냥 행복감만 밀려오지는 않는다. 나는 토끼 인형과 함께 밤새 첫사랑 같은 설렘도 맛보았고, 벚나무를 보면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정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네가 있던 자리를 보면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후회도 가슴 속으로 밀려왔다. 사랑하는 것들은 나에게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가르쳐 주었다. 앞으로 나는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관계를 맺으면서 더 많은 추억을 쌓을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잊고 싶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반짝이는 추억들을 떠올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통해 모든 시련들을 치유해 나갈 것이다.

이혜련(식품영양생명학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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